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너스톤 Feb 22. 2019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보석함 훔쳐보기

화려한 삶, 화려한 보석, 화려한 로맨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한번도 받기 어렵다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고, 보랏빛 눈동자로 헐리우드를 사로잡았던 세기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2011년, 그녀가 79세로 타계하고 나서, 그녀의 유품은 뉴욕에서 크리스티 사가 주최한 경매에 부쳐졌다.


그 경매와 함께, 그녀의 삶만큼이나 화려한 주얼리 컬렉션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유품으로 남겨진 보석 중에는 여러명의 남편으로부터 선물받은 보석, 자신이 사모은 보석, 우정의 징표로 당대의 귀족과 스타들이 준 것이 골고루 남아있는데, 하나 같이 진귀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보석광으로 유명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보석 선물을 했는데,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생에 한번도 만져보기 어려울 보석을 수없이도 선물받았다.


(좌) 마이크 토드가 선물한 다이아몬드 티아라   (우) 마이크 토드가 다이아몬드로 깜짝 세팅한 샹들리에 이어링
마이크 토드가 선물한 까르띠어 루비 스위트 세트

세번째 남편이었던 마이크 토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수많은 보석을 선물한 것으로 유명한데, 하루는 그녀를 자신의 여왕님이라 부르며 여왕의 머리에 걸맞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선물했다고 한다. 어느 하루는 다이아몬드와 붉은 루비로 가득 장식한 화려한 까르띠에 보석 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귀걸이로 시작해 복걸이, 팔찌까지 세트로 말이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유리로 된 샹들리에 귀걸이를 마음에 쏙 들어하자, 마이크 토드가 똑같은 디자인을 진짜 다이아몬드로 세팅하여 깜짝 선물을 했다는 로맨틱한 이야기도 있다.


리처드 버튼이 선물한 불가리의 에메랄드 보석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에게 선물한 보석들. 왼쪽부터 라 페레그리나 목걸이, 타지마할 목걸이, 라 이구아나 브로치
(좌) 크럽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엘리자베스 테일러  (우) 테일러-버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맨 엘리자베스 테일러

하지만 무엇보다 유명한 남편은 바로 리처드 버튼이다. 리처드 버튼은 어찌나 로맨틱한 남자였는지, 항상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보석을 선물할 구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서, 또 날씨가 나빠서, 보석을 선물한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33.19 캐럿 짜리 '크럽 다이아몬드(Krupp Diamond)'를 해리윈스턴이 가공한 반지와 불가리의 찬란한 초록빛 에메랄드 목걸이도 있다. 버튼이 농담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아는 유일한 이탈리아 단어는 '불가리'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는 불가리의 에메랄드를 좋아했다. 게다가 왕가의 소유였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진주들과 루비와 보석을 곁들여 만들어진 '라 페레그리나(La Peregrina)'도 리처드 버튼이 선물한 것이었다. 그보다도 더 유명한 것은 69.42 캐럿짜리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까르띠에로 하여금 목걸이로 만들게 한 소위 '테일러-버튼 다이아몬드(Taylor-Burton Diamond)'다.


마이클 잭슨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로 준 보석들
친구들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준 참 팔찌와 에디스 헤드가 선물한 금 목걸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타고난 스타였지만 그 주목을 즐기기도 했기에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 보석과 반작이는 것을 좋아하는 테일러에게 수많은 친구들이 보석과 주얼리를 선물로 줬는데, 그녀에게 헌정한 골드 참으로 만든 참 팔찌들은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들일테다. 어린 시절부터 쇼비즈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녔기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희대의 스타 마이클 잭슨과도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마이클 잭슨은 우정의 징표로 그녀와 선물을 주고받곤 했는데, 그 중에는 원숭이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는 목걸이 세트와 티타늄 소재의 이브닝 가방을 다이온드, 루비, 진주로 장식한 것도 있다. 그녀에게는 헐리우드의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 에디스 헤드가 금목걸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녀가 단순히 보석을 모으고 보석으로 치장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보석에 대한 사랑을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까지 번져서, '엘리자베스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찬찬히 보석을 구경하다 보면, 저 아름다운 것들 중에 단 하나라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헛된 소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언젠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평생 화려한 보석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 그것뿐이었다."


화려한 보석과 세간의 스포트라이트와 세기의 로맨스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누려 본 것 같은 그녀가 사실 평생 갈구했던 것은 아마도 진실한 마음이었을 테다. 반짝이는 만큼 쉽게 현혹될 수 밖에 없고, 주목받은 만큼 더 허망할 수 밖에 없는 삶 속에서 그녀는 과연 진실한 마음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까. 수도 없는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그랬으리라 믿는다. 또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여러명의 남편과 수많은 보석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삶은 그렇게 흘러왔을 뿐이다."


비록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녀의 보석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예술의 경지에 오른 아름다운 주얼리들이 지금까지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런 삶을 살아볼 수 없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녀의 보석함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줄곧 희열을 느끼니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는 아무리 그 찬란함을 가리고 숨어있더라도 세상이 앞다투어 그것을 손에 넣고자 싸우고 다툰다. 화려한 삶을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타고난 화려한 외모와 끼 덕분에 화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세상에는 의도와 달리 그저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것들이 참 많다. 때로는 그 몫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세상의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www.connerstone.com


코너스톤은 누군가의 소중한 날, 그 날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수만 시간을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가 합리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돕는 주얼리 플랫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체인과 후프가 촌스럽단 편견을 버려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