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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너스톤 Mar 26. 2019

중국인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좋아한다는 보석, 비취

청나라 서태후가 광적으로 사랑했던 보석

마릴린 먼로가 노래했듯이 다이아몬드는 나라를 막론하고 여자에게 최고의 친구다. 하지만 중국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중국인들에게 다이아몬드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영롱한 초록빛의 '비취(Jade)'다. 옥 중에서도 90% 이상의 경옥을 함유한 무거운 옥석을 의미하는 비취는 중국 문화에서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귀한 것으로 여겨진다. 


Cartier가 소유한 비취 목걸이


비취는 '덕' 그 자체를 상징하는 '천상의 돌'로 여겨졌는데, 영롱한 광택은 덕성의 순수함을, 단단한 밀도는 덕성에 담기 지성을, 모나지 않은 매끄러운 촉감은 덕성으로 표현되는 정의로움을, 비취와 비취가 부딪혀 내는 영롱한 소리는 덕성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믿었다. '금은 가치가 있지만, 비취는 가치를 넘어선다'라는 중국 격언이 있을 정도니, 중국인들에게 비취는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순수함을 모두 포괄하는 가장 완벽한 돌로 여겨진 것이다. 



사실 비취는 색도 종류도 다양하다. 붉은색, 검은색, 보라색, 노란색까지.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널리 사랑받는 것은 에메랄드 같은 녹색빛이다. 좋은 비취는 반투명한 녹색빛에 잡티나 금이 없고 투명한 것인데 유리같은 광택이 돈다. 비취를 감정할 때는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서 애초에 자연적으로 표면이 매끄럽고 잡티가 없는 지 꼭 확인한다. 


화이트 제이드, 레드 제이드, 라벤더 제이드로 만든 파인주얼리
녹색의 임페리얼 비취


그 가운데에서도 미얀마에서 산출되는 비취를 가장 고급으로 치고, 서양에서는 이를 임페리얼 제이드(Imperial Jade)라고 부른다. 최고급으로 여겨지는 미얀마산의 비취가 처음 중국 황실에 수입된 것은 17세기 즈음이다. 그전에는 새하얀 백옥이나 깊이 있는 적옥이 황실에서 가장 사랑받았는데, 미얀마산의 에메랄드 빛 임페리얼 제이드가 수입되면서 황실은 고상한 녹색빛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우리가 잘 아는 녹색 비취가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비취는 청나라의 서태후가 광적으로 사랑했던 보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태후가 어찌나 비취를 좋아했는지 옷과 반지는 물론이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비취, 탁자, 악기와 병풍조차도 모두 비취로 만들었다고 한다. 옷에는 주렁주렁 비취를 달았을 뿐 아니라, 오늘날 네일아트에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붙이듯이 서태후도 손톱 마다마다 비취조각을 붙이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비취 덕후였던 것이다. 오래 전 서양의 사신이 청나라의 서태후에게 아주 아름답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선물로 바쳤는데, 서태후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저리 가져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올 정도니.


대만국립박물관에 보관중인 비취로 만든 배추
비취로 만든 청나라의 가구와 장식품들


부국하던 과거 청나라 황실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서태후의 사치는 용납할 수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집권 당시 나라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도 어마어마한 사치를 끊이지 않았던 것이 역사가들 사이에서 쉬이 용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여전히 서태후의 소장품처럼 비취 옥기 가운데 아름답게 제작된 작품들은 국보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중국 고미술품 중에 도자기만큼 높이 평가받는 것이 이런 비취옥기인데, 그중에서도 배추 모양의 옥기는 엄청난 보물로 박물관에서도 항상 관람객들로 둘러싸여 있는 유명한 청나라 보석이다. 



중국인들의 비취 사랑이 청나라의 멸망과 함께 끝났을까. 아니, 지금까지도 비취 사랑은 이어져 오고 있다. 단순히 장식적인 주얼리로서가 아니라 행운과 성공을 위한 부적이자 사회적인 신분과 부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로 대체될 수 없는 문화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에서도 큰 일을 앞두고 비취를 문지르며 소원을 빈다거나, 결혼을 하면서 사업을 시작할 때 비취를 들이거나 선물한다고 하니 말이다.


바바라 휴튼의 사진과 그녀가 소장하다가 까르띠에에게 넘어간 비취 목걸이


중국의 마켓 파워가 커지면서 서구권에서도 비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4년에 있었던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바바라 휴튼이 소장하던 비취 목걸이를 2700만 달러에 낙찰받은 사람은 바로 까르띠에였다. 27개의 완벽한 비취 구슬로 만들어진 목걸이는 희대의 주얼리 콜렉터이자 세계적인 부호였던 바바라 휴튼이 소장하던 것으로, 비취를 사랑하는 중국 부호가 낙찰받지 않을까했던 예상과 달리 까르띠에게 넘어갔다. 까르띠에는 아르데코 스타일의 보석 디자인을 하면서 이미 비취를 활용하곤 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중국 시장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안목에 걸맞은 비취 주얼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도 여러개의 비취 보석들이 출품된 만큼, 이제는 중국을 넘어 전세계가 비취에 주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 나온 비취 보석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임페리얼 비취 뿐 아니라 다양한 비취 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홍콩의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인 에드워드 치우(Edward Chiu)의 경우 미니멀리즘과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디자인에 무채색의 비취나 다이아몬드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디자인으로 세련된 비취 주얼리 컬렉션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특히 화이트와 블랙 톤의 비취를 이용한 화이트앤블랙 컬렉션은 데일리로도 활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비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dward Chiu의 비취 보석 컬렉션


오묘한 파스텔톤의 색감 때문에 라벤더 비취에 대한 마니아층도 생기고 있다. 고전적인 중국의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받아서 고풍스러운 주얼리 컬렉션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사무엘 쿵(Samuel Kung)의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라벤더 비취 컬렉션은 몽환적이면서도 걸리시하지만 여타 라벤더 컬러의 젬스톤들이 갖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오묘한 느낌 덕분에 널리 사랑받고 있다. 임페리얼 제이드의 녹색 비취도 마찬가지로 좀 더 러프하면서도 데인티한 세공을 통해서, 청나라 유물같은 느낌보다는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Samuel Kung의 비취 콜렉션



보석, 특히 파인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덜한 한국 시장에서는 다이아몬드와 진주가 대세이다 보니, 비취는 여전히 큰 인기가 없는 보석이다. 하지만 비취는 특유의 동양적 정서가 잘 담긴 깊이 있는 보석이라서 시간이 오래 지날 수록 그 가치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보석이기도 하다. 최근의 디자이너들의 세련된 디자인이나 라벤더 또는 화이트 톤의 다양한 색상의 비취는 한복에는 물론 정장에도 흔치 않은 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는 개성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진주나 다이아몬드 말고, 우아하면서도 색다른 보석을 원한다면 비취를 메인으로 한 보석을 장만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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