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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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화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아기가 너무 늦게 잔다..
내가 생각한 아기 모습이랑 실제 아기의 세계랑 너무 다른데? 잠도 잘 자고 많이 자고, 일찍 잘 줄 알았지. 아기가 굉장히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은 줄 몰랐네 아유. 불을 다 끄고 누웠다. 같이 침대에 누워있기는커녕 네모난 공간을 휩쓸고 다닌달까. 이젠 다리에 제법 힘이 생겼다고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치켜들고 밀고 다닌다. 바닥에서도, 침대에서도 이걸 어쩌면 좋니.. 데굴데굴 데구르르 공벌레처럼 굴러다니네. 그 와중에 벽에 콩! 박을까 봐 무섭네. 12시 40분이 되자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가 들려 온다.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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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작은 10시.
이유식을 데울 여유가 없어 바로 분유를 먹인다. 두 손으로 젖병을 야무지게 잡고 먹는 나무덕분에 잠시나마 편해졌다. 틈을 타 기저귀를 갈 수도 있다. 대신 옆으로 돌아눕고 앉아서 먹고 굴러다니는 건 덤. 간밤에 태풍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흐린 하늘만 남았다. 딱히 덥진 않아도 뽀송함을 위하여 에어컨 제습기능을 켜놓는다. 으쌰으쌰 놀았더니 초토화가 된 우리집. 아직 나무랑 촉감놀이를 할 만한 걸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엉망이라고? 앞으로 기대된다 우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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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힘들어지는 이유식 먹이기.
수월해지는 것도 있는 반면에 어려운 것도 늘어난다. 가만히 누워서, 앉아서 먹는 걸 싫어하는 나무. 천군만마였던 치즈도 예외는 아니다. 의자에 앉아서 먹기 싫단다. 그렇다고 범보의자는 괜찮나? 그
것도 답답해서 탈출하고 싶단다. 언제부터인가 한 번씩은 울음을 터뜨리는 맘마시간이라 나도 힘들고 우리 아기도 힘드네. 장난감으로 달래도, 치즈도 다 안통하는구만. 오늘은 먹다가 목에 걸려서 켁켁거리다 울고 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 남편은 낮에 두 번 먹이는 걸, 한 번으로 줄이고 자기가 있을 때 먹여보라고 했다. 어르고 달래고 재롱이라도 부려보게. 늘 내 고민과 생각을 잘 들어주는 든든한 사람이다. 고마워요. 아무튼 분유 100ml과 이유식 170ml씩 두 번을 먹고, 똥파티도 두 번이나 했다. 좀 묽어진 똥아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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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쭈꾸미볶음.
택배가 오자마자 우리 입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네. 남편이 양배추, 버섯, 콩나물, 당근과 양파랑 같이 볶고 소스를 붓는다. 나는 밥을 뜨고 반찬들을 꺼냈다. 역시 쭈꾸미는 마요네즈 소스지! 그냥 맨 김이 없어 조미김이랑 같이 먹어도 맛있네. 볶음밥까지 먹으니까 너무 행복하잖아. 후식은 복숭아. 해동한 그릭모모가 물컹해지는 바람에 그냥 깎아먹기로 했다. 꿀 대신에 연유, 복숭아 요거트를 옆에 두고 냠냠냠. 돌싱글즈를 보면서 육아전쟁에 공감을 하는 우리. 나무도 일찍 자면 좋겠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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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만들어야 하는 이유식은 패스.
내일 만들어야지.. 나 대신에 남편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야밤 소고기장조림을 뚝딱 만들고 야밤 운동장을 개장했다. 방방방 봉봉봉 뛰느라 아주 신난 나무. 우리 예상대로라면 10시엔 자야할 거 같은데 안 잔단 말이야? 기어코 맘마 한 번을 더 먹고, 샤워까지 하고 11시 반에 자러갔다. 이 시간에 자는 것도 땡큐라며 좋아하는 우리는 나무한테 제대로 길들여졌나 보다. 귀염둥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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