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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May 05. 2021

도둑이야! 도둑이 들었어요!

저작권 침해 사실 인지하기

안녕하세요. 

'글로 쓰는 초상화'의 작가 홍부용입니다.


도둑이라는 단어에 홀려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도둑이랑 글로 쓰는 초상화랑 뭔 상관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도둑은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타인이 공들여 만든 고유한 아이디어나 생각을 훔쳐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린 그런 사람도 도둑이라고 부르죠. 오늘은 제가 공들여 만든 고유한 프로젝트를 훔쳐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저작권을 침해 당한 저작자가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외롭고 처절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꿈을 꿨는데 제가 커다란 나무가 되는 꿈이었죠. 그 꿈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꿈에서 깨어나서도 제가 나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잎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겨드랑이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생각했죠. 어쩌면 나무인 제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신기한 건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게 아니더라고요.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맞습니다. 장자지몽. 장자가 나비 꿈을 꾸고 나서 장자가 나비 꿈을 꾸는 건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죠. 인생 사 한낱 꿈이라는 의미죠. 어쨌건 저의 고유한 생각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장자가 한 말이었더라고요. 저는 장자에게 왜 내 정신을 훔쳐갔냐고 따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는 저보다 2000년 전에 태어나 세상을 살다 간 사람이니까요. 그가 시간 여행자가 아닌 이상 제 생각을 정신을 훔쳐갈 수는 없잖아요. 잘못이라면 제가 늦게 태어난 것이죠. 아마도 제가 살면서 장자의 영향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받았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죠.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전부 저처럼 생각하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작자인 저에게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며 각을 세우며 싸우자고 들더라고요. 그건 마치 2000년 전에 태어나 자신만의 사상을 만든 장자에게 찾아가 왜 내 정신을 훔쳐갔냐고 따지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죠. 하여 답답한 마음에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먼저 '글로 쓰는 초상화'에 대해 소개를 해야겠네요. '글초상화'라고도 불리는 글로 쓰는 초상화란 짧은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내면의 초상화를 타자기로 써주는 프로젝트입니다. 간혹 내면의 초상화에 대해 궁금하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인터뷰 내용에 따라 그분의 첫인상, 얼굴 묘사 등이 포함된 내면의 풍경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3년 8월 거리작가라는 이름으로 작가를 모집하여 마로니에 예술상점, 신촌 대학축제, 소소마켓, 아이디어 융합공방, 카이스트, 정독도서관, 혁신센터, 용문산 산나물축제 등 많은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글로 쓰는 초상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확인해 보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portraitinword


2020년 11월 27일. 브런치에 ‘글로 쓰는 초상화’를 연재하던 중, 우연히 네이버에 글로 쓰는 초상화를 검색하다 경악스러운 일을 발견했습니다.



2020년 분명 블로거들은 '글로 쓰는 초상화'를 체험했다고 하는데 저는 '글로 쓰는 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붉게 밑줄 그은 '글로 쓰는 초상화'는 제가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로 쓰는 초상화'라는 이름부터, 면대면으로 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통해 초상화를 타자기로 써준다는 컨셉트까지. 뭔가 묘하게 다르지만 너무나 같은 느낌이었죠. 하여 행사를 주관한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서울*7017 장미홍보관.


서울*라면 저도 잘 압니다. 지난 2017년 6월 22일 서울* 개통축제에서 '글로 쓰는 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순간 커다란 얼음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분명 제 프로젝트를 도용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울*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글로 그리는 초상화 아직도 진행하나요?"

"아뇨. 행사는 끝났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다름 아니라 실은 제가 글로 쓰는 초상화의 저작권자거든요."

"지금 행사 진행하고 있나요?"

"아뇨. 지금은 코로나로 못 하고 있지만... 블라블라블라... 제가 2017년도에 서울로 개통 축제에서 글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블라블라블라..."

"지금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서. 담당자에게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네."

전화를 끊고 담당자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일이 이렇게 크게 커질지 몰랐습니다. 그저 같은 내용의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잠시 후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담당자의 말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9년 부시장 보고 회의에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서울로에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 후 담당자가 알고 지내던 글을 쓰는 작가 협동조합에 초상화를 글로 써주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글로 그리는 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작권이 있는 지 몰랐으며 앞으로 같은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라***작가협동조합에도 알려 행사를 못 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담당자에게 약속과 다른 문자가 왔습니다.

"'글로 그리는 초상화'는 라***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와 이야기를 해라. 대신 서울*에서는 앞으로 같은 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둘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 뒤 저는 라***에 연락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글로 쓰는 초상화' 프로젝트는 2013년에 시작해 이미 2014년에 저작권을 등록했고, 2015년에 상표권도 등록을 했으니 더 이상 같은 내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말아달라고.

그랬더니 라***측에선 '글로 그리는 초상화'는 서울로의 아이디어 제안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낸 고유한 프로젝트니, 불편하면 이름을 바꾸고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바꾼 이름이 '당신이 첫인상'이었다가 나중엔 '첫인상 시'가 되었습니다.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가장 두드러진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는 자신들이 라***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하고. 라***에선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서도 왜 서로 말이 다를까요? 과연 진실은 어느 쪽 일까요?


경험적으로 끊임없이 말을 바꾸면서 자신의 말을 합리화 하는 라***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말도 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 담당자는 저의 프로젝트를 몰랐다고 했지만. 제가 처음 전화를 했을 때 분명 서울*에서는 "지금 행사 진행하고 있나요?"라고 물었고. 제 프로젝트를 알고 있는 듯 한 늬앙스였습니다.


하나의 창작물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글로 쓰는 초상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3년부터 프로젝트를 기획해 2014년에 공표를 하고 진행해왔지만. 실은 1999년 프리챌에서부터 거리작가라는 이름으로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자는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많은 생각이 무르익어 완성된 창작물인데.

 

서울*는 단 한번에 번뜩이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라***에서도 그 어떤 시행착오 없이 한 큐에 기획을 만들어 진행을 하다니 정말 놀라울 일이죠.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말이 맞다고 한다면 그들은 진정 천재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천재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방의 귀재이며 사기꾼들인 것이죠.


하여. 저는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에게서 제 프로젝트를 지키기 위해 외치기로 했습니다.


도둑이야! 도둑이 들었어요!!!


저작권 침해를 발견했다면 바로 외치세요.

"도둑이야! 도둑이 들었어요!!"

즉 저작권이 침해 되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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