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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국 Dec 31. 2018

2018.12.29

노인이 우리 뒤를 쫓고 있었다. 그는 내 친할아버지인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맨 몸이지만 머릿 수가 많았고 할아버지는 홀몸이지만 하이-테크놀러직하고 거대한 무엇이었다. 그는 할머니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보낸 문자 메시지로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던 내가 어떻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역시 꿈이란 허술하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은 번쩍 뜨고 있었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최대한 허리가 아프지 않게 몸을 돌리려 하는 순간 나는 안경이 침대 머리 맡 아래 깊숙이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 기억은 할아버지에게 쫒기는 환상의 시간 안으로 일순간 틈입해온 현실의 파편이었다. 나는 침대 깊숙이 손을 넣어 그 파편을 쓸어담듯이 안경을 꺼내어냈다.


점심시간, 매운 추위를 뚫고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콰트로치즈와퍼 세트를 주문했다. 항상 통새우와퍼를 먹었지만 그건 이틀 연속으로 먹은 것이었다. 콜라를 마지막 모금까지 비워낸 후에 다음에는 꼭 통새우와퍼 세트를 먹으리라 다짐했다.

트름을 한 후 도서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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