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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Feb 17. 2023

결국 영어학원 문을 열다.

엄마표로 고군분투했었다. 하지만

"자음 음가랑 음 음가랑 붙어 있으면 자음+(ㅡ)가 되는 거야. 봐봐 블~루(BLUE), 클~랩(Clap)..알겠지?"

분명히 우리 아이와 파닉스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왜 단어도 못 읽을까.. 단전으로부터 화가 올라오고 뇌 속은 의문 투성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가 커집니다. 지난날들을 떠올립니다.

ABC 초콜릿을 가지고 파닉스 놀이를 했습니다. 밤마다 영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영어 동영상을 틀어주며 재미있는 척 함께 웃었습니다.

영어 노래를 들으며 함께 따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영어를 완성하나 보다 싶었습니다. 밤마다 읽어 준 영어책을 아이가 직접 읽습니다. 책 읽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여기저기 자랑합니다. 역시 될놈될이라고 똑똑하다고 칭찬이 대단합니다. 어깨에 뽕이 잔뜩 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영어 문장은 커녕 영어 단어를 못 읽습니다. 그래 좋다 좋아.. 그래도 파닉스를 알아야지.

"근데 엄마 영어에도 자음, 모음이 있어?"라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냐?


그동안 읽은 책은 제가 무수히 읽어준 것들을 외웠던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 따라 읽기를 시키고 문장을 외웠더니 수월하게 외웠습니다. 외울 만큼 제가 많이 읽어줬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저절로 나올 만큼의 양은 하지 못했습니다. 한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한글 책을 읽었다는  알지는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저희 아이는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한글을 배웠지요.) 영어는 혹시나 저절로 파닉스를 알게 되지 않을까 읽을 때마다 손가락 한 자, 한 자 집으며 읽어줬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단어조차 읽지 못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싶습니다.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화를 복식호흡으로 내뱉어봅니다.  의문 투성이 뇌에게 전달합니다. 나의 의문과 상관없이 아이는 모른다고 말이죠.

뭘 어쩌겠나. 영어 스펠링이 적혀 있는 브로마이드를 펼칩니다. 여기에 자음 역할하는 스펠링 찾기 놀이를 해봅니다. 아직은 친모 인증 안 하고 싶은 마음에 사랑하는 척  눈빛을 발사합니다.

"엄마, 모르는 걸 알게 되니까 너무 재미있다." 아이가 재미있다며 소리칩니다.

모르는 것 일리가, 처음 알게 될 리가, 내가 너랑 몇 번 했던 건데.... 너는 이제 재미있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쓴웃음을 삼킵니다.

이제 알겠다고?


이젠 저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집에서 하기로 한 결심을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제 마음의 안정이 그 어떤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영어 학원을 다니자고 제안했습니다. 영어 단어 외우기  영어 학원 안 다니는 아이를 달래 봅니다. 사실 지금은 너는 영단어 외울 실력이 안된다는 말을 삼킵니다.

절대 안 다닌다는 아이의 마음을 돌립니다. '그래 볼까?'라고 대답의 뉘앙스가 바뀝니다. 동네 조그마한 보습 학원을 찾아 상담을 갑니다. 함께 갑니다. 선생님도 아이 상태를 알아야 합니다. 아이도 학원 분위기 선생님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의 짝대기 긋듯이 서로 마음이 통해야 다시 만나니까요.

엄마의 마음 따위보다 말이죠. 자칫 하다 서로 마음에 안 드는데 집안, 직업, 학력 등 스펙만 좋은 배우자를  강요해 대충 살다 헤어지는 꼴을 겪게 될 테니까요. (너무 비약일까요.)


상담 방문한 곳은 원장선생님 한 분이 계시는 무려 모든 수업이 원장직강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공부방 같은 학원이었습니다. 아이와 선생님이 만났고 엄마가 설명을 들었습니다. 밝고 적극 적여 보이는 원장님이 참 좋았습니다. 다행히 선생님과 아이는 마음에 맞았습니다. 당일 바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매칭에 성공했습니다.


일단 영어는 엄마가 한 발 물러서고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숨통도 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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