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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Apr 11. 2023

너는 왜 고장이 안 날까?

의리가 있지. 오래오래 함께 하자!

빨간 로봇청소기가 '위~~~ 잉' 소리를 내며 돌아다닙니다. 초록 솔은 마치 곤충의 더듬이 같습니다. 오래된 빨갛고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로봇청소기는 만 7년 저희 집 터줏대감입니다.


워킹맘의 3대 이모님 중 제일 첫 번째 장만한 이모님입니다. 아이가 두 살 때, 15평 빌라에서 무려 31평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아이는 두 살이지만 사실 출산 후 6개월도 안된 상태였습니다. 육아와 집안일, 회사까지 버거워 온라인으로 밤새 쿠폰이라는 쿠폰을 다 붙여서 최저가로 샀던 그때도 신제품이 아니었던 로봇 청소기입니다.


역시 가전의 명가인 LG전자답게 로봇청소기는 7년째 묵묵히 저희 집 바닥의 머리카락과 먼지들을 휩쓸고 다닙니다. 투박하고 시끄럽고 때로는 가구, 벽, 문과 싸우며 청소하는 이모님을 바라봅니다. 문과 가구가 마모되고 상처가 나도 외상 하나 없는 로봇 청소기를 바라봅니다.

"너는 왜 고장이 안 나니?"


요새 로봇 청소기는 직접 먼지도 비우고 물걸로 포도 스스로 간다고 합니다. 소음의 강도도 굉장히 낮다고 합니다. 네... 써보지 못하고 다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요새 로봇청소기가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고 말입니다.

청소기 솔에 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뽑으며 다시 한번 묻습니다.

"너는 어쩜 이렇게 튼튼한 거니?"


아무리 건강해도 배터리 소모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집을 반쯤 청소하고는 충전기로 돌아갑니다. 그럼 그 뒷모습을 바라모며 묻습니다.

"왜 마음 아프게 빨리 피곤한 거니?"


튼튼하지만 연식이 오래됨을 숨길 수 없는 모습에 괜히 짠합니다.

우리 집 터줏대감, 오래오래 함께 하자. 내가 빨리 고장나라고 해서 미안해. 순간적으로 새로운 것들에게 눈을 빼앗겼어. 그런데 우리가 의리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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