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나오면 한 번씩 고개를 드는 반문이 있다.
“이 타겟이 그걸 알까?”, “그건 지금 패러디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발빠르게 대처하는 패러디가 아니라면 오히려 시간이 지난 밈(Meme)일수록 좋다. 애매하게 뒷꽁무니를 잡고 출발하는 패러디는 저작권 문제나 초상권 문제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ptN9888p0&t=1s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버거킹에서 역대급 셀럽과 밈을 재현한 광고가 있다. 바로 김영철의 일명 “4달러 광고”이다. 4달러는 자그마치 2002년 방송한 ‘야인시대’에서 생겨난 밈이다. 그 당시에는 시청률이 평균 30%나 되었지만 지금의 10대들은 보지 못했을 장면이다. 그런데 어떻게 버거킹의 ‘4달러 광고’에는 이렇게 세대불문하고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제 밈과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밈에서 광고로 옮겨가는 단방향적인 프로세스로 밈이 활용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광고를 보고 밈을 찾아나설 수 있는 쌍방향적 활용이 가능해졌다.
위의 버거킹을 예로 들자면, 밈을 알고 있는 20대 이상 타겟들은 콘텐츠를 그 자체로 즐기고, 밈을 모르는 10대들은 콘텐츠를 통해 발견한 재밌는 밈의 원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zosWvSkw8
최근에 발견한 또 다른 예는 바로 ‘신돈’이다. 해외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인 ‘미니스탁’에서 신돈을 모델로 광고를 제작했다. 신돈은 2005년 방영한 드라마로 시청률 11.8%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돈에 대해서 모르지만 영상에 나오는 웃음. 저것 하나만은 안다. 신돈의 호쾌한 웃음이 그 당시 인터넷의 짤로 돌아다니면서 유행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유행은 유행. 신돈짤은 1~2년 새 자취를 감췄고 그 이후로 볼 수도 없었다. 자연스레 10대 또는 20대 초반인 타겟들은 알 수 없는 짤이다.
하지만 나는 미니스탁의 밈 활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텐가”라는 명대사와 함께 어우러지는 영상 흐름.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끝난 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와 맞다면 과감히 활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상 조회수는 광고로 인한 조회수일 수 있어 콘텐츠 반응도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댓글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요즘 유행하는 밈을 활용한다. 스카이캐슬 때의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에서도 그랬고 순풍산부인과 박지선의 ‘내가할게’짤에서도 그랬다. 지금 핫한 밈이 콘텐츠도 핫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착각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밈 활용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로도를 주거나 반감을 만든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같은 시기에 같은 밈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밈을 활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발 빠른 사람이 나 한 사람은 아닐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오래된 밈의 활용은 더욱 군더더기 없다. 오히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밈의 부활이 될 것이다. 단,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맞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