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이는 희지는 집 근처 골목에서 벽에 기댄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치 100m 질주를 한 것처럼 숨을 거칠게 쏟아내는 희지의 시선은 건너편 벽 쪽에 누워있는 사람을 향해 있었다. 경찰들과 이웃 주민들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사람, 아니 시체는 바닥을 피로 적시고 있었고 복부 쪽에는 짐승이 물어뜯은 것 같은 자국들이 보였다. 저렇게 반듯한 이빨을 지닌 짐승은 없다. 특히나 이런 거주지가 몰려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사람 치아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자국이었다. 광훈은 잠시 멈춰서 사람들 틈으로 보이는 인육을 봤다. 방금 죽은 싱싱한 인육. 그렇게 몇 초쯤 지났을까. 희지의 목소리가 조금씩 또렷이 들렸다.
“아빠!”
희지는 안도한 숨을 크게 내뱉으며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주저앉았다. 광훈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는 희지에게 달려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눈을 가려주고 다른 손으로 안아주었다. 눈을 가린 손 안에서 잘게 떨리는 희지의 얼굴과 함께 눈물이 느껴졌다. 희지를 꼭 안은 채로 광훈은 애써 벽을 보며 흐르는 침을 참았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피가 자꾸 후각을 자극했다. 분명 방금 인공육을 먹었는데도 조금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저 인파들을 헤집고 들어가 저 시체에 또 다른 이빨 자국을 남길 것만 같았다.
“아빠… 이제 괜찮아… 나 여기 그만 있고 싶어. 얼른 가자….”
조금 있으니 희지가 살짝 민망한 듯 말을 꺼냈다. 하지만 아직 광훈의 입은 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 번을 꿀떡꿀떡 삼켜도 침이 어금니 뒤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조금만 희지야. 조금만 있다가 가자. 아빠도 너무 놀라서 그래.”
희지는 자신이 얼마나 놀랐었는지를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광훈은 한참 동안 희지를 안아주었다. 뒤에서 구급차가 도착하고 시신을 수습할 때까지. 바닥에 핏자국밖에 남지 않았을 때 광훈은 간신히 떨리는 다리를 일으켜 희지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광훈은 희지가 행여 그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었을까 안절부절못했다.
그날 이후, 세현과 희지의 이식자에 대한 혐오는 더 강해졌다. 그들은 더 본격적으로 나서서 이식자들에 대한 복지를 반대하는 시위, 서명을 하러 다녔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희성까지 끌고 나와 이식자들의 잔인한 행동들을 비난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광훈 역시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이식자들을 함께 욕했다. 범죄자 새끼들. 좀비 새끼들. 미개한 새끼들한테 지원을 왜 해주냐. 인육을 먹는다는 게 말이 되냐. 이전에도 분명 들어왔던 말들이지만 가방 속에 인공육을 숨겨둔 광훈에게는 그 말들이 이전과 똑같이 들리지는 않았다. 맞지 맞지. 그게 맞지. 맞장구치면서도 내면으로는 이렇게까지 싫어할 필요 있나?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리 뒤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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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훈이 인공육으로 점심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성찬이 자리로 찾아왔다. 광훈은 들고 있던 인공육을 내려놓고는 성찬을 쳐다봤다. 성찬은 한참동안 광훈과 그가 들고 있는 인공육 사이에서 시선을 놓지 못하더니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광훈은 아직 성찬의 ‘그 표정’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길거리에서 희지를 감싸 안았을 때 희지의 등에 침을 흘릴 뻔한 일이 떠올랐다. 아직도 그를 용서 할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들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본인도 지인의 장례식장에 가서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광훈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쯤, 성찬이 말했다.
“불편하시면 괜찮습니다.”
“어…? 아냐. 같이…먹자. 같이 먹어.”
성찬과의 점심은 이제 막 이식자가 된 광훈에게는 두번째 이식자 입문강의에 가까웠다. 성찬은 이식자들이 어떻게 정치판에 힘을 갖게 되었는지부터 온건파, 강경파 간의 정치싸움, 이식암시장 등 이식지원센터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정보들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 중에 가장 광훈의 눈을 띄운 건 구릉포 이식암시장이었다. 구릉포 이식 암시장은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만 여는 구릉포 뒷골목의 인육 판매 뒷거래 시장이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인육은 모두 범죄자들의 인육으로 구릉포 경찰서에서도 쉬쉬하는 암시장이었다. 성찬의 말로는 미제사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경찰서가 그 시장을 놔두는 것은 뒷거래 상인들이 경찰들에게 넘기는 돈이 거의 억 단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네는 혹시… 먹어봤나?”
“네? 아… 인육이요? 네…”
“어떻게…”
“이식자 되고 한 세 달쯤 지났을 때였나…제일 친한 친구가 어디서 얻어다 줘서 한 번 먹어봤어요. 그 친구는 이식한 지 거의 2년은 된 친구여서 이쪽 세계를 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어땠어?”
“맛있었죠… 팀장님도 알고 계시듯이 제가 그래도 이식자 되기 전에 나름 맛집 많이 찾아다니고 좋아했잖아요. 근데 지금까지 살면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왜 다들 엄청 맛있는 거 먹으면‘이거 완전 마약이다’라고 하잖아요. 진짜 그 기분을 처음 느껴봤어요. 손에 들고 한입 무는 순간 손에서 내려놓기가 싫어요 아예. 그리고 또…”
성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맛 표현을 쏟아냈다. 너무 신나서 얘기하는 성찬 때문인지 광훈은 오히려 인육을 먹고 싶지 않아졌다. 인육을 먹고 저렇게 행복해하면서 표현을 쏟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광훈은 아직 자신이 완전한 이식자는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성찬의 말에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지만 처음 인육의 맛을 궁금해하던 표정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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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니 무슨 동창회를 이렇게 갑자기 모아?”
퇴근 20분 전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하선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 아니 방금 기찬이랑 만났는데 되는 사람들끼리라도 보자고~ 너 안 돼?”
“아니 뭐… 안 되는 건 아닌데…”
말끝을 흐리자 하선이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아, 안 되는 건 아닌 게 어디 있어~ 그럼 되는 거지~ 와. 톡으로 어딘지 보내놓을게.”
광훈이 거절하려 하자 하선이 본인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핸드폰을 보며 ‘에이씨’하는 소리에 몇몇 팀원들이 파티션 위로 고개를 빼꼼 들어 광훈을 확인했다. 그 사이 하선이 보낸 메시지 알람이 화면에 나타났다. 알람을 보던 광훈의 눈빛이 얕게 떨렸다.
‘오망집. 서울시 구룡포구 고제동중앙로 181’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반가웠다. 근 5년 만에 봐서 그런지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근황 얘기만으로도 밤 11시가 훌쩍 넘어갔다. 다들 가정이 있다 보니 시간이 늦어지자 하나둘 일어나려 하는 추세였다.
“좀… 만 더 있다 가자.”
“야 신광훈. 뭐냐 너. 아까는 아주 내빼려고 기를 쓰더만.”
“뭘 내가 기를 썼다고 해. 아니 그냥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아니 뭐야. 신광훈이 붙잡아? 아 이러면 또 못 가지.”
일어나려던 주성이 도로 앉았다. 광훈도 본인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핸드폰에는 세현이 보낸 메시지 알람이 쌓여가고 있었고 그 동창 모임 자리가 그렇게 재밌지 않았는데도 광훈은 가려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처음 하선이 보낸 식당 주소를 봤을 때 꽂혔던 ‘구룡포’라는 텍스트가 아직 뇌리에서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 평소에 별말이 없던 광훈이 붙잡자 일찍 자리를 뜨려 했던 몇몇이 다시 착석했다. 알코올은 다행히 이식거부반응이 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음식들을 먹고 소주를 마시면 음식 맛이 가려져 생각보다 일반식을 더 잘 삼킬 수 있었다. 물론 화장실에 가서 게워내고 인공육을 다시 뜯어 먹긴 해야 했다.
새벽 1시. 동창들과 다 같이 술집에서 나와 입구에서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20년 넘게 끊었을 때는 생각도 안 나던 담배가 이식자가 된 이후부터는 하루에 1개비씩은 꼭 생각났다. 동창들이 모여 피우는 뿌연 담배 연기 사이에서도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연기 속을 뚫고 들어왔다. 광훈은 방금 있었던 건물에 고기집이 있었나 라는 생각에 위를 올려다봤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술집 말고는 연 고기집이 없었다. 담배를 끄고 다들 택시를 잡을 즈음, 광훈은 구룡포 암시장에서 나는 냄새가 그 정도로 짙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택시를 탄 하선이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기다린 광훈은 조심스레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궁금했다.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집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생긴 곳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암시장 뒷골목은 술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런 곳에 시장이 있나 싶은 정도로 어두컴컴한 빌딩 골목을 몇 번을 지났다. 멀리서 점점 시끌벅적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지막 골목을 돌아서는 순간 암시장 골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광훈이 생각했던 암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곳은 활기차고 정 넘치는 시장과 별 다를 바 없었다. 광훈이 예상했던 암시장은 몇몇 험상궃은 깡패들이 벽에 기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보거나 얼굴에 무서운 흉터쯤은 기본으로 나 있는 피 칠갑을 한 상인들이 있는 그런 영화에 나올 법한 암시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광훈이 보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전통시장과 일본의 감성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주황색 등불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시장’이었다.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광훈이 사진을 찍어 남기고 싶을 정도의 광경이었다. 멀리서는 도마 위에서 고기를 내려치는 칼 소리가 간간히 들렸고 장맛비가 쏟아진 직후의 한여름 밤처럼 꿉꿉한 공기가 팔뚝에 느껴졌다. 코끝에서는 우시장에서 자주 맡았던 가벼운 피비린내가 맴돌았다. 광훈은 골목 어귀에 서서 시장 초입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시장을 보고만 있었다. 시장에서 풍겨 오는 냄새만으로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진동했다. 지금 저곳에 들어가는 순간 못 참고 인육을 먹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