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채굴형 거래소는 Fcoin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안내: 이 글은 9월 19일 해시드 미디엄에 업로드한 글을 브런치에 아카이빙한 것입니다.
Fcoin은 올해 5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나온 채굴형 거래소입니다. 컴퓨터로 연산해 확률적으로 보상을 받는 기존의 PoW 채굴(mining) 개념과 다르게, 지불한 거래 수수료에 해당하는 만큼을 FT(Fcoin Token)로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1,000원어치 수수료를 썼다면, 1,000원어치 FT를 받는 것입니다.
Fcoin은 그 백서에서 ‘새로운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완전히 투명하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트랜잭션이 가능해졌으며, 따라서 거래소도 커뮤니티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채굴형 거래소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1].
수수료 대신 받은 FT를 바로 시장에 팔아도 되지만, 보유자들은 매일 거래소 수익의 80%를 보유량에 비례해서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상장할 토큰에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Fcoin은 일일 거래량 최고 170억 달러(약 19조 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거래소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CoinGecko에 따르면 거래량이 최고점이던 6월 26일, Fcoin 수입 분배량은 대략 6,091 BTC였습니다. 당시 유통되고 있던 FT 수를 고려해보면 코인당 330 사토시를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이 날 FT는약 2,700 사토시에 거래되었으므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토큰을 구입해서 배당받을 시 하루에 12%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채 가지 못하고 Fcoin의 거래량과 FT 가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Fcoin의 24시간 거래량은 1.06억 달러로, 글로벌 22위 거래소로 하락했습니다. 헨리 헤(Henry He)는 ‘Fcoin의 종말: 잘못된 토큰 모델 이야기(원제: The Death of Fcoin: A Tale of Bad Token Design)’에서 급락의 원인을 아래와 같이 지적했습니다[2].
1. 마치 주식배당처럼 배당금을 나눠주는 것이 토큰 가격을 하락시켰고, 시장은 토큰의 가치가 감소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토큰을 팔았고, 이는 더욱 빨리 토큰 가격을 하락시켰다.
2. 토큰 수요가 공급대비 적은 데 비해, 매일 새로운 토큰이 발행되며 필연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인플레이션).
바이낸스의 CEO인 CZ(Changpeng Zhao)는 일찍이 Fcoin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는 웨이보에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토큰 가격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거래소는 토큰 가격을 조작하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이 있겠느냐”며 Fcoin이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3].
하지만 Fcoin의 영향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Fcoin의 성공에 뒤따라 채굴형 개념을 도입한 거래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현재 글로벌 거래소 1위 BitForex와 3위 DragonEx 모두 채굴형 거래소로 운영 중입니다(18일 기준).
한국에서도 원화를 기반으로 한 채굴형 거래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거래소 순위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코인제스트, 4위 GDAX, 5위 캐셔레스트 등이 모두 채굴형 거래소입니다. 빗썸 또한 거래 수수료 대비 120%를 원화로 돌려주는 채굴형 거래소와 유사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국내 2위에 자리매김했습니다. 우리나라 채굴형 거래소는 과연 Fcoin과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요? 채굴형 거래소 운영을 시작한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코인제스트
국내 최초 채굴형 거래소 타이틀을 내세운 코인제스트는 7월 중순부터 채굴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거래소 수수료를 거래소 토큰인 COZ로 돌려주며, COZ 보유자들은 매일 거래소 수익의 70%를 배당받을 수 있고, 상장할 코인에도 투표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봤던 Fcoin 토큰 모델과 대동소이합니다.
2. 캐셔레스트
둘째로, 사용한 수수료의 70%만큼 CAP 코인을 지급받는 캐셔레스트가 있습니다. 추천인 제도(referral)로 내가 가입시킨 사람이 지불한 수수료의 30%를 지급받을 수 있는 방식을 병행하며, 거래소 수익의 100%는 CAP 코인 보유량에 따라 현금으로 배당합니다.
3. GDAC
화제를 만들며 급부상한 GDAC입니다. 커뮤니티에 거래소에 대한 ‘긍정적인’ 글을 쓰면 거래소 토큰인 GT가 1개씩 발행되어 쌓였다가, 정산 시각에 KYC를 마친 거래소 사용자에게 동등하게 배분됩니다. 이른바 커뮤니티 마이닝으로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이외에 기본적인 채굴형 거래소의 기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 채굴형 거래소의 세 토큰 모델은 Fcoin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나누어주는 거래소 수익의 비율이나 거래소 토큰의 채굴 방식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Fcoin의 본질적인 한계로 지적되었던 수요량보다 많은 공급량(인플레이션)과 한정된 토큰 채굴량・채굴 기간 문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개 3, 4년으로 제한된 채굴량과 채굴 기간은 ‘이 거래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시작하는 역할을 합니다. 채굴이 중단되는 시점에 UI/UX, 트레이딩 툴, 거래량 등이 기존 강대 거래소 대비 우수하지 않은 거래소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채굴형 거래소가 맞게 될 필연적 종말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두 방법을 병행해 써야만 합니다. 거래소 토큰의 공급 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리거나, 거래소 토큰의 뚜렷하고 적극적인 수요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급 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예컨대 지속적인 토큰 매입, 소각을 포함해 거버넌스・유틸리티 토큰으로써의 모델 보강이 필요합니다.
채굴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채굴형 거래소와 유사점을 갖고 있는 국내 거래소도 있습니다. 빗썸은 매일 일정량 제한을 두고, 거래 수수료의 120%를 원화 혹은 구입한 암호화폐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채굴형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거래소 수익이 대부분 수수료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거래소 수익의 20%를 매일 배당하는 채굴형 거래소’로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 때문인지,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업비트를 제치고 글로벌 거래소 11위에 안착해있습니다.
라인(LINE)이 운영하는 거래소 BITBOX도 거래 시 0.1%를 LINK로 지급합니다. LINK는 라인에서 만드는 블록체인에서 쓰이는 코인으로 배당을 받는 거래소 토큰은 아니고, 총 발행량의 10%를 BITBOX에서 분배하는 것입니다. 9월 한 달 간 이벤트가 진행된 이후에는 라인 생태계 내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지불 수단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4].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A)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B)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로서, 그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등의 총액이 그 권리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등의 총액을 초과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한다.
또한 채굴형 거래소 토큰이 금융투자상품의 하위 개념인 증권 중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은 아래와 같이 정의됩니다.
특정 투자자가 (C)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등을 투자하고 (D)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E)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이 중 (A) ~ (E)로 표시한 기준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라 채굴형 거래소 토큰의 증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C) ~ (E) 기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복잡한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A)와 (B) 기준만 분석 범위에 넣어보겠습니다.
(A) 기준에 따르면 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토큰을 취득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채굴형 거래소 토큰은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를 통해 자동적으로 취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취득하는게 아니라고 볼 수 있는 한편, 거래소에서 토큰을 금전을 주고 구매할 수도 있으므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B) 기준에 따르면 투자자가 ‘금전 등을 지급’하고 토큰을 취득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거래소 사용자가 채굴형 거래소에 지급하는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고 토큰을 취득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토큰 취득을 위해 어떤 금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위 문단과 마찬가지로 거래소에서 금전을 주고 토큰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B)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중앙화된 방식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지만 탈중앙화 시대를 기대하는 우리는,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을 때 가져올 혁신적인 파급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수 천 억 대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을 때 그 공을 거래 당사자들에게 돌리겠노라고 등장한 채굴형 거래소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에는 한 순간이 아니라
5년, 10년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토큰 모델과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의 모든 통계 및 순위는 글 집필 당시인 9월 17–18일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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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한 내용에 대해서는 미주에 출처를 표기하며, 별도 출처 표기가 없는 이미지는 저자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한 지적과 다양한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1] Fcoin Whitepaper(V.1.2). Retrieved from https://www.fcoin.com/static/ft-en.pdf
[2] He, H. (2018, August 15). The Death of FCoin: A Tale of Bad Token Design. Retrieved from https://hackernoon.com/the-death-of-fcoin-a-tale-of-bad-token-design-261d64a8116f
[3] Zhao, C. (2018, June 20). Retrieved from https://m.weibo.cn/detail/4253077160139309#&gid=1&pid=1
[4] LINK Whitepaper(V.1) Retrieved from https://link.network/html/en/abou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