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현 Dec 08. 2023

차에 타고 보니 스틱차량이었다.


서울역에서 주엽역 앞으로 가는 대리운전 콜을 보자 본능적으로 잡았다. 차에 타고 보니 스틱차량이었다. 40분 간의 운전이 4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긴장한 척 안 하려고 일부러 오늘 강연 얘길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말하느라 제때 변속을 못해서 기어가 헛돌았다. 


정신 못 차리던  내게 고객님이 중간중간 기어 변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기어가 엉뚱한 곳에 들어가 버리니 차가 덜컹거렸다. 비참했다. 초라했다. 부끄러웠다.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하고 나니 팁 5천 원을 주셨다. 그 돈을 받으려니 미안했다. 아니 민망했다. 나보다 10배는 더 불안했을 고객님께 내가 돈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그 돈을 받았다. 그러고 난 뒤 고객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제공한 것이 보잘것없음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참고받아주고 있다. 오히려 격려를 해준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이렇게 어수룩한 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겠지. 내가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한다고 느낄 때 누군가는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 나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그리고, 스틱을 연습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제가 돈 벌어드린 겁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