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주엽역 앞으로 가는 대리운전 콜을 보자 본능적으로 잡았다. 차에 타고 보니 스틱차량이었다. 40분 간의 운전이 4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긴장한 척 안 하려고 일부러 오늘 강연 얘길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말하느라 제때 변속을 못해서 기어가 헛돌았다.
정신 못 차리던 내게 고객님이 중간중간 기어 변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기어가 엉뚱한 곳에 들어가 버리니 차가 덜컹거렸다. 비참했다. 초라했다. 부끄러웠다.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하고 나니 팁 5천 원을 주셨다. 그 돈을 받으려니 미안했다. 아니 민망했다. 나보다 10배는 더 불안했을 고객님께 내가 돈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그 돈을 받았다. 그러고 난 뒤 고객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제공한 것이 보잘것없음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참고받아주고 있다. 오히려 격려를 해준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이렇게 어수룩한 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겠지. 내가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한다고 느낄 때 누군가는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 나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그리고, 스틱을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