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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로부터 진정은 May 29. 2023

[기의 일상] 연남동 푸하하크림빵

2023.5.28


새벽,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반나절의 육지여행을 떠난다.

요즘 제주공항과 20분 거리에 살고 있으면서도 좀 더 공항 가까이에 가서 살아햐 하나, 라는 마음이 생길정도로 아침 비행기는 여전히 나에게 힘든 시간이다.


제주는 화창하고 육지는 비가 내렸다.


워크샵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홍대입구 푸하하크림빵에서 제주에는 없는 딸기크림빵 하나를 손에 집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홍대 거리를 걸으며 크림빵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몹쓸 비 덕분에 나는 잠시 멈춰섰다.



"매장안에서 크림빵을 먹을 수 있을까요?"


(먹는) 워크샵을 가야해서, 딸기 크림빵 단 하나만 손에 쥐고 직원분께 말을 건넸다.


"아, 매장에서는 드실 수 없고 비가오니 바로 옆 카페에서 드셔도 괜찮아요.

푸하하 크림빵과 같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아직 영업 전이지만 문은 열려 있어요.

바로 옆에 모파상입니다."


카페 오픈 시간을 보니, 아직 영업 한 시간 전이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음악 대신 빗소리를 감상하며 크림빵에 녹아들었다.



새벽부터 잠이 깨었고 한 시간의 비행, 그리고 오랜만의 지하철, 우산이 없던 나는 편의점에서 겨우 남아있던 우산을 차지할 수 있었다.

2시간만에 하루의 에너지를 다 소비한듯 했다.


나는 지쳤고, 드디어 쉴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서비스에 감동하는 순간은,

생각하지 못한 배려를 만났을 때 그 사소하고 작은것에 마음이 맺힌다.

나는 그것을 서비스의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딸기크림빵을 "앙" 하고 베어먹던 그 시간이 정말 달콤했다.

어디에선가 크림빵을 먹을 때마다 푸하하 크림빵이 그립고, 그 시간이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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