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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로부터 진정은 May 29. 2023

[입말음식] 2023년 5월 - 강원오계절 나물 편


제주 입말음식 연구회 활동을 하며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깊이 사색하고 싶어 서울 입말음식 멤버십에 가입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육지를 왕래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2차례 워크샵을 다녀온 소감을 말해보자면 어느 날은 벨기에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하고, 어느 날은 평창의 산기슭에서 채집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늘 우리는 연희동에서 만나지만, 그곳은 벨기에가 되기도 평창이 되기도 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맛벗은 "황송하다"라고 그날을 기억하셨는데, 그치. 그 단어가 적합하겠다. 


맛벗들과 함께 연희동에 모여, 입말음식 연구가 하미현 대표님의 나물 원정대 이야기를 듣고, 평창 심마니 조성근 대표님과 고지별로 다르게 자라는 나물을 익혔다.

강원도의 300 고지, 500 고지, 1250 고지에서 자라는 나물들의 특성을 하나씩 알아보고 고지별 나물을 이용해서 만든 3코스의 음식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고지별 나물을 표헌하는 입말음식의 디자인
고지별로 표현한 테이블 매트


웰컴드링크는 생 솔순콤부차



수업은 총 3시간 동안 이어졌고 어머님이 미리 만들어주신 메밀 전병이 없었다면 1250 고지까지 오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주의 빙떡과도 비슷한 모습의 강원도 메밀 전병, 빙떡은 무가 들어가서 삼삼한 맛이 특징이지만 강원도의 메밀 전병 속은 취나물과 김치가 들어가서 좀 더 입맛이 당기는 것 같다.



어머님이 무쳐주신 나물은 특별히 간장을 더하지 않고 맛있게 짜낸 들기름과 깨소금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좋았다. 나물 무침을 할 때는 탈탈 털어주는 느낌으로 무쳐야 맛있게 된다고.

어머님의 손에서 나물이 춤을 추듯 흩어지는 모습만으로도 그 맛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번 워크샵에는 일본 kura house 셰프님도 함께 했는데, 일본 후지산의 900 고지와 강원도의 나물 문화를 비교하는 것도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일본의 된장과 미림, 간장의 맛이 아주 특별해서 입으로, 손으로 기록하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미림은 사케의 향이 진하게 배어 나왔는데, 감칠맛이 정말 좋았지.

일본 된장과 미림


강원도 300 고지의 음식은 아까시(아카시아) 꽃밥, 고비나물무침, 돼지고사리냉채, 오가피&당귀 무침, 메밀전병, 덤벙 김치였다. 300 고지가 시작인데, 우리는 여기서부터 숨이 차올랐다.

(시계 방향으로) 고비, 덤벙김치, 메밀전병, 오가피&당귀무침
아카시아꽃밥
돼지 고사리 냉채



음식 하나하나 원물의 맛을 해치지 않고 그 향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그렇지 이게 바로 산지의 힘이다.

좋은 음식에는 좋은 술도 있어야지.

심마니 조원근 대표님이 직접 담은 10년 근 산양삼 60도 평창삼술. 아주 세다.



500 고지의 음식은 두릅이 메인이었다. 두릅수프, 두릅물김치를 활용한 두릅메밀국수.

두릅 한 가지를 활용해서 다양하게 만들어진 음식

두릅메밀국수
두릅스프와 감자 포카치아


제주, 남해의 두릅은 오래전부터 접해왔는데 드디어 강원도 두릅을 만나게 되었다.

강원도는 오계절이라 표현될 만큼 하나의 계절이 더해진 것처럼, 두릅을 지금도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봉평소애 메밀국수는 문화충격이었는데 메밀을 삶지 않고 차가운 물에 40분 정도 담아두고 바로 먹을 수도 있다.



1250 고지의 음식은 3종 나물(곰취/지장보살/참나물), 오대산 산마늘김치, 얼린 감자떡, 지라시 스시가 마지막 코스였다.

강원도는 날이 추워 감자가 어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렇게 얼어버린 감자를 건조해 빻아서 만들면 색깔이 거무스름하게 된다고 한다.

감자떡에 팥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나물을 넣어서 만든 감자떡을 맛볼 수 있었다.

팥을 좋아하지 않는 1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지.

얼린 감자떡
지라시스시
산마늘 김치



1250 고지까지 오르느라 우리는 정말 숨이 차도록, 아니 배가 차도록 최선을 다했다.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다 먹지 못하고 떠나보낸 접시들도 많았는데, 다음에는 꼭 남은 음식은 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날 나의 최애는 지장보살나물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지장보살나물을 구하러 강원도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장보살나물





5월 입말음식이 다른 지역이 아닌, 강원도의 나물에 주목한 이유는 나물의 종류가 많고 고지별로 맛의 깊이와 음식 문화가 다른 것이라 꼭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함께했던 유타 님이 얘기하길, 일본은 도시에서 유통되는 나물이 4-5가지 정도로 제한적이고, 산나물을 사려면 지방을 가야 한다고 한다.

또는 미츠노에키(도로의 역)가 곳곳에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기차역 플랫폼 안에 있는 특산품 가게 같은 느낌) 그곳에서 가끔 지방의 농산물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단 3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강원도 평창을 달려 300 고지부터 1250 고지를 오르고, 일본 후지산 900 고지를 함께 느껴보는 주말 오후였다.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음식은 어쩌면 여행과도 참 닮은 모습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나의 새로운 모습,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섞여 이 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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