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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Nov 18. 2019

26.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요양원 입소 상담을 받았다

    할머니가 입소를 하기로 결정이 되고 요양원에 전화해 일주일 정도 가족들끼리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서류도 정리해야 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별 준비를 했다. 부산에 있던 엄마도 앞으로 할머니를 더 자주 못 볼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갑작스럽게 서울로 올라가 할머니 집에서 며칠을 묵었다.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엄마는, 이런 감정을 직장에서 많이 간접 경험했다고 생각했고, 삼촌보다 담담할 것 같다며 호언장담했다. 가족 중 누군가는 담담하게 입소 계약서 작성이나 면담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도 할머니 입소날 함께 했다.     


    할머니 입소 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가족 모두가 차에 올라탔다. 할머니는 연신 어디 가는 것이냐며 물었지만 가족들은 대답을 흐렸다. 그리고 요양원에 도착하자마자 안내된 방에서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상담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보다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요양원 원장 수녀님 : 어르신, 앞으로 여기 사셔야 해요.

    할머니 : 내가 내 집 놔두고 여기 왜 살아?

    요양원 원장 수녀님 : 어르신 몸이 편찮으셔서 이제 여기 사시려고 오늘 오신 거예요.

    할머니 : 뭔 지랄이야. 내가 여기서 왜 살아?     


    할머니가 갑자기 크게 화를 내시며 가족들에게 욕을 했다. 할머니와 면담이 어려울 거 같아 가족 중 한 명(둘째 딸, 엄마)만 남아 면담을 이어가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은 할머니를 진정시키려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할머니와 가족들이 나가자 요양원의 간호부장님과 원장 수녀님, 엄마가 다시 면담을 이어갔다.     

    요양원 원장 수녀님 : 보호자님, 어르신께서 저렇게 반감이 심하시면 여기에 입소 못하셔요.

    엄마 : 네... 처음엔 반감이 심하시겠지만, 지금 다니고 있 주간보호센터도 적응을 잘하셔서요. 처음엔 조금 그럴지 몰라도 적응 잘하실 거 같아요.

    요양원 원장 수녀님 : 보호자님께서 적응을 잘하신다고 생각하시지만, 어르신께서 저렇게 반감이 심하시면 아무래도 적응 못하실 거 같아요.

    엄마 : 엄마(할머니)가 누군가를 때리거나 하는 폭력은 없으셔서요. 치매가 좀 있으셔서 설명을 했는데 잊어버리신 것 같아요. 처음엔 좀 힘들겠지만 적응하실 거예요.

    간호 부장님 : 아 그러시군요. 치매가 워낙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센터에서 잘 생활하셨다면 여기서도 괜찮으실 거예요.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지만...

    요양원 원장 수녀님 : 적응을 너무 못하시면, 지금 입소해 있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피해가 가서요.

    엄마 : 원장님... 저는 사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예요. 저도 치매 어르신들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더더욱 치매의 특성을 잘 알고요. 조금만 적응할 시간을 주시면 분명 저희 엄마(할머니)도 적을 하실 수...

    요양원 원장 수녀님 : 지금 저렇게 반감이 심하셔서 마음의 문이 닫히신 상태인데 어떻게 적응을 하시겠어요.

    엄마 : 치매가 안 걸린 사람도 어떤 곳에서 갑자기 살라고 하면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 적응기간도 안 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조금만 엄마에게도 적응 기간을 주시길 부탁드려요.

    요양원 원장 수녀님 :...

    간호 부장님 : 네. 동감합니다. 그러면 일단 입소하는 걸로 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걸로 해요.     

    대기 순번의 차례가 되었다고 할머니 입소를 결정하라고 했으면서, 막상 할머니를 만나고 나니 오히려 입소를 거부하는 쪽은 원장 수녀님이셨다. 아무래도 원장 수녀님은 처음부터 조용히 잘 적응하시는 어르신을 원하는 것 같았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을 케어 해 본 사람들은 치매에 걸린 어르신을 교육시킨다거나 이해시키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치매에 걸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많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것이다. 치매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셨다면, 원장 수녀님이 원하는 조용한 어르신을 입소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양원 원장 수녀님은 그저 조용한 치매 어르신을 원하시니 우리 할머니와는 맞지 않았지만, 간호부장님은 간호사이시기에 치매에 대한 이해가 있어 우리 할머니 정도면 폭력성도 없고 괜찮으실 거라 판단되셨나 보다. 원장 수녀님과 간호부장님의 반대되는 성향과 마인드로 꽤 오랜 시간 면담을 했고, 결국 요양원에서도 할머니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20대 손녀와의 동거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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