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일찍 잠이 들었더니 더 이른 시간에 잠이 깼네요. 5시 35분 새벽 기차를 타야 해서 일찍 일어나기는 해야 하지만 이렇게 더 일찍 일어난 까닭은 설레기 때문입니다.
소풍 가기 전날 같은 느낌, 짐 챙긴 가방 다시 열어보고 빠진 건 없는지 챙겨볼 때의 느낌, 보고 싶은 이의 정겨운 모습을 그려보는 느낌, 그래서 잠이 붙잡고 있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첫새벽에 정해진 차편이 없어 시외버스로 가기로 하고 차편을 예약했습니다. 포항은 새 기차역이 시내에서 너무 멀어 서부산 터미널에서 가는 시외버스를 선택했습니다. 포항 사는 벗님네를 만나고 올까 고민 중입니다. 다음날 부산 강의가 저녁에 있어 그리해도 지장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오늘 잠이 깬 뒤에 또 하나 한 일은, 급하게 결정된 월요일 강의안을 다시 열어 관광에 관한 점검사항을 복사해 메모장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평소엔 메모장이나 한글 파일로 먼저 원고를 쓰고 그걸 자료로 PPT를 작업하는데, 이번 강의는 느닷없이 요청이 오고 강의하는 날이 일주일도 안 남은 터라, 먼저 PPT 작업부터 해서 진행팀에 보내고 뒤늦게 내용을 옮겨 저장하게 된 것입니다.
페북에 그 글 일부를 올린 뒤 시 한 편 골라보니 작자미상의 시 한 편이 눈에 띄어 올렸습니다.
마음으로 지은 집
작자 미상
잘 지어진 집에 비나 바람이 새어들지 않듯이
웃는 얼굴과 고운 말씨로 벽을 만들고
성실과 노력으로 든든한 기둥을 삼고,
겸손과 인내로 따뜻한 바닥을 삼고,
베풂과 나눔으로 창문을 널찍하게 내고,
지혜와 사랑으로 마음의 지붕을
잘 이은 사람은 어떤 번뇌나 어려움도
그 마음에 머무르지 못할 것이다.
한정되고 유한한 공간에 집을 크게 짓고
어리석은 부자로 살기보다
무한정의 공간에 영원한 마음의 집을
튼튼히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마음으로 지은 집, 이런 집에 살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내게는 긴 투르 키에 여행 중 바울이 선교했던 라오디케 이아 교회 유적지를 돌다가 잠시 쉬던 사진이 있어 올립니다. 여행을 다니면 무수한 여행지 사진은 찍지만 내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만 찍게 됩니다. 그것도 찍어주겠다는 동료의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이때는 왜 저렇게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거대한 도시, 그곳의 교회 유적지, 이미 여러 번의 지진으로 폐허가 됐지만 그 이전에는 엄청난 번성의 도시였고 규모로 보면 대단히 큰 교회 터임을 알겠더군요. 그런 곳이 초토화되고, 그 초토화된 유적을 후손들이 다시 발굴하고, 그 발굴 현장을 관광객으로 둘러보러 오고, 이런 순환의 구조 속에 머물고 생활했던 집이 있었던 거죠.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는 새벽에, 할 수 있는 일도 다한 후에, 다시 잠들지 않으려는 마음이 긴 글로 드러납니다. 네시엔 방 정리하고 씻은 후 짐 챙겨 나가야 합니다. 잠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조금 이르더라도 대합실에 앉아 떠나기 전 마음을 추스르는 게 가장 적당한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