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변화할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1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개념과 성과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에 미치게 될 영향들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많은 매체에서 제시되는 일자리의 대체 및 감소, 공장의 해외이전과 자국으로의 복귀, 소비문화의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등을 중점으로 다양한 사례들과 나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원래는 2편으로 끝낼 예정이었지만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 2편에서는 산업과 노동을 다뤄보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뉴스에서 나올 때마다 따라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일자리의 감소'이다. 지금도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데 10년 안에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1편에서 다뤘듯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단순히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1차, 2차, 3차 산업에서 각기 일어나게 될 변화들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통해 '사라질 직업'들과 '새롭게 등장할 직업'들이 무엇일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생사를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 1차 산업은 그중에서도 식품을 생산하는 가장 원초적인 산업이다. 그리고 단순히 먹고살기 위함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으로서 우리는 다양한 식품을 소모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다양화된,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식문화의 발전을 지탱하는 1차 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농업인구는 1990년대 20%대였던 것이 2010년대에는 6%까지 감소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소규모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생산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로 생산된 외산 농작물의 가격을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는 돈이 되지 않는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상경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것은 "농부 = 시대에 뒤떨어졌고 돈도 많이 못 버는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여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기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팜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팜의 기본적인 원리는 농작물을 실시간으로 스마트 센서가 감지하고 인공지능이 위급상황을 판단하여 농장주에게 즉시 통보, IoT를 통해 실시간으로 원격 조작하는 것을 예시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네이버 동물농장처럼 자기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마트팜의 주요 기대효과는 농장주 개인이 예전보다 적은 노동으로 더 넓은 면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기존의 시설재배보다도 악천후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 결과 농부들은 이전보다 적은 노력으로 질 좋은 농산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인건비가 대폭 감소하기 때문에 해외 농산물에 뒤지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신토불이'를 명목으로 국산 농산물을 프리미엄 화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빠른 유통을 살려서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경쟁우위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국의 식량을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 식량 자급률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고 1차 산업이 스마트팜을 통해 매력적으로 성장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단순히 취업난을 피해서 귀농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설루션으로서 농부를 선택하는 청년세대가 등장하게 될 것이고 식량 수입의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 활성화는 전체적인 국가경제에도 이득을 가져다준다. 내수시장의 활성화는 타 산업의 매출과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1차 산업에 있어서 스마트팜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가 내의 중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반도체, 철강 산업 등의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은 처참한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린 주역이었고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다. 세계 최고의 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보유한 독일, 일본의 수준은 아니어도 삼성과 LG, 현대, 기아 등의 브랜드들은 해외에서도 높은 성적을 기록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인 제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고 위해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CPS,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다. CPS는 4차 산업혁명의 어원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으로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가 결합되어 이전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제조업은 내부의 각 공정들을 자동화하는 '자동화 공장' 수준에 머물렀다면 CPS를 통해 구현되는 스마트 팩토리는 공정과 공정을 연결하여 자동화율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띤다.
이러한 CPS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마찬가지로 적은 인력으로도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조업은 값싼 노동력의 확보가 중요한 입지 요인이었지만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된 공장은 오히려 높은 관리 역량을 가진 관리자 몇 명만 있으면 공장 전체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CPS의 도입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을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군산 GM 공장의 해외 이전 사례처럼 국내 최저임금 증가와 노동시간 감소는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눈여겨봐야 할 기술인 것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스마트 팩토리의 도입 이후 전체 노동력의 98%를 절약할 수 있게 되어 아시아에 설립된 공장들을 철수시켰다. '리 쇼어 링'이라고 하는 이 전략은 해외 공장 유지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인건비의 소모를 줄이고 자국 내에서의 생산활동을 증가시켜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외화유출을 방지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1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내수 경제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기존 국내 기업들의 경제활동 증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는 목적은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지와 인접한 곳에 공장을 설립하여 현지 니즈를 충족하고 그 국가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이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를 비롯한 타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꺼낸 전략이 바로 현지 공장 건설이라는 점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비슷한 사례로 GE의 브릴리언트 팩토리 또한 인도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현지의 소비자들에게 구매능력과 브랜드 선호도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며 그 안에서도 스마트 팩토리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말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자극적인 멘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내부의 변화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히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보인다. 즉,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서 미래에서 변화하게 될 산업구조 자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3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3차 산업과 소비활동의 변화, 그리고 사회가 새롭게 원하게 될 인재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