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인가요, 오기인가요
무사히 봄을 맞이합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배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토요일에는 해부학을 배우고 일요일에는 필라테스 운동을 해요. 주 중에는 시나리오 수업을 듣고요. 감사하게도 훌륭한 스승님들을 만났어요. 훌륭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대학생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전공한 음악치료학의 전임교수님은 호랑이 할머니셨어요. 정말 무서우셨죠. 저를 비롯한 전공생들은 위염을 달고 살만큼 긴장과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교수님의 피드백은 대체로 오기를 키우는 방식이었어요. 교수님의 비난에 섞여있는 정보와 감정을 분리해서 내 안에 정보만 담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었죠. "잘해서, 욕먹지 말아야지, " "잘 해내서 본때를 보여줘야지"같은 마음으로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오기로는 기쁘게 학업에 몰입하기 어렵더라고요. 무언가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 데 말이죠. 그러니까 지혜가 스톱하는 감각이랄까요. 그 오기를 내려놓고 저만의 동기를 기억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어요. 산책을 하면서, 기도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공부할 이유에 다시 대답했어요. 오기가 동기를 한 번 더 기억하게 해주는 좋은 동기가 될 수는 있겠네요. 학교든 직장이든 나를 가르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필요는 없어서,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지 않을 수 있어요. 바랄 필요도 없고요.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때 가능하면 감정을 빼고 정보만 취하려고 애써봅니다. 그러고도 안되면 시퍼렇게 싹 튼 오기를 가만두지 말아요. 오기로 성장하면 성장한 게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