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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은 Apr 06. 2021

[나의 이십 대 보고서 #4] 대답하는 삶

나에게 흐르는 질문이 마르지 않길

거절하기는 괴로워요. 미안한 마음은 둘째고, 언젠가  거절을 후회할까 봐서요. 퇴사   군데에서 함께 일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과분하고 감사했죠. 익숙한 역할과 확실한 자리에 몸이 기울어지지만, 지금은 낯선 감각에 몸을 붙일 때라는  알아요.  그대로 '' 그런 거죠.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에 깊이를 더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질끈 감고  세상을 넓힐 때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넓히는 일이 무조건 퇴사나 무모한 도전의 모양은 아니지만요. 음악치료학 학부 졸업 이후, 동기들은 대체로 음악치료학 석사 과정을 바로 밟았어요. 그들의 확신에  발걸음이 부러웠죠. 같은 시기에 저는 자동차 온라인 매체 '모터리언' 기자로 입사했어요. 입사는 인턴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의 답이었요.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흔히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는 조현병 내담자를 주로 만났는데요, 대체로 후천적인 이유로 정신 질환을 얻은 분들이었요(물론 발병 요인을 선천/후천으로  잘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러니까 사회에서 얻은 병이었던 것이죠. 당시 24살이었던 저는 그들이 겪은 세계가 가늠조차  되었고, 그들의 고통은 저의 세계와는 멀고  나라의 이야기였어요. 언제부턴가 그런 상태로 그들 앞에, 이해하는  앉아 있는 스스로가 역겹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들이 살아낸 동일한 세상을 살아볼  없지만  세상 언저리라도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있는 힘껏 세상을 겪어보고, 조금은 늦게  사람들 앞에 앉아있어도 괜찮겠다고요. 지금 돌아보면  고민이  귀엽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진지했는지 몰라요.  안에 떠오른 작은 물음표에 답하는 마음으로 자동차 기자가 되었고,  귀여운 제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어쩌면 바라던 대로(?) 악플과 경쟁,  상품화의 세계에서 엎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했습니다. 넓히는 걸음이라고만 여겨왔지만 결국은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되는  같기도 해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멈추지 말길, 조금 늦더라도  물음에 답하는 삶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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