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처음이 이런거지” 마음갖기
지난 주말부터 저녁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주말 이틀, 하루 4시간씩만 할애한다면 한달 월세를 벌 수 있다는 계산하에 지원한 자리였습니다. 세상살이 좋아졌다며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다던데, 바코드가 찍혀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걸 제외하고, 택배 이외에는 별다른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적응에 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나름 블로그도 좀 찾아보고 담배 약어도 알아갔는데, 공부와 실전은 다르더라구요. 대학생때 알바좀 해봤다고 자부했는데, 생각보다 더 복잡한게 편의점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의 처음은 모든 이에게 어렵게 다가온다지만, 외울게 폭풍처럼 쏟아지자 머리가 혼미해졌습니다. 12시까지하는 편의점일에 피곤이 가시지 않아 더 그런걸까요. 분명 알려줬는데 난관에 봉착하면 이상한 말을 내뱉게 되었습니다.
3일간 교육을 맡아준 제 선임은 좀 FM이었지만, 꽤 다정했습니다. 크게 뭐라하지 못하는 걸 보니 나이먹은 게 도움이 된 것인가 나이듦의 장점도 생각하게 되었죠. 딱봐도 20대 초반인 여자 선임은 똑부러졌습니다. 몇일동안 보아하니 편의점 왕고정도인 듯하네요. 초보사장님과 편의점을 일궈온 산업역군과 같달까요. 빠른 속도로 일을 해치우는 걸 보면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처음엔 본인도 헤멧다는 자기고백도 위안을 주기위해 괜히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지난 주 마지막 근무 날이었던 일요일에는 결국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미안함이 드는건 월요일 저녁인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이상 그녀가 실망을 하는 걸 막기위해서라도 평일 중에 숙지를 좀 해야겠습니다. 얼굴을 보고 대놓고 뭐라하지 못하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인 것같으니까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그간 피해왔던 일입니다. 섭씨 39-40도에 육박하는 여름날에 8시간 넘게 야외 판촉행사를 진행할 때도 있었고, 모종의 이유로 극도로 저체중일 당시에는 무거운 회접시를 옮기던 횟집알바를 한 적도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며 포장과 계산을 동시에 해야했던 프랜차이즈 빵집 오전 알바나 수 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는 전단지 알바를 한 적도 여러 차례 있습니다. 쉴세없이 무거운 술 박스를 옮기는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일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괜히 꺼려지더라고요. 지원은 한 차례 해보았는데, 가족 호구조사는 물론 부모님의 현 직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으나 제대로 답하지 못하여 한 소리 들어가며 퇴짜 맞은 적은 있었습니다. 그때의 거절이 기분나빴던 것도 있었지만, 포스기 속 다양한 기능과 한 면을 가득채운 담배들의 이름을 외워야한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각자가 처한 문제 상황을 서로 질문하는 대학 동기들로 편의점 알바의 어려움을 지켜본 게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다, 일전에 지원한 온라인 부업에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이번 주말알바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뭐 어려워봤자 얼마나 어렵겠냐 싶었고, 평소에 그리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 친구들도 문제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해왔던 사실을 떠올리며 행복회로를 돌렸던 것 같아요. 덜컥 나오라는 말에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3일간의 교육기간 동안 망했다 싶었어요.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어찌저찌 되겠지 하고 무던했던 마음은, 계속 생기는 변수에 골이 아파요. 그래도 나이가 조금 들었는지, 크나큰 걱정에 밤잠 못 이루던 20대 초반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어려운 일도 나중가면 조금 나아지고, 처음은 당연히 실수하는 거라는 자기암시를 하게되네요.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 못하기보단 일단 멈춰 머리속을 굴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작은 난관에 자주 부닥치는 일이 적어지다보니 휘몰아치는 빈도에 정신은 좀 없지만 말이에요. 그냥 “하다보면 되겠지”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편의점이 있었듯,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괜히 꺼리껴지는 일이 있습니다. 내내 거부하다가 영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치 못한 계기로 마침내 하게되는 경우도 있죠. 저처럼 말이에요. 무턱대고 시작하긴했지만 생각처럼 너무 어려울 수도 있고,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자신없이 하고 있는 복권 판매에 두려움이 있지만, 계속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하다보면 느는게 ‘일’이란 거잖아요. 이 분야에서 최고는 어려울지라도 반복하다보면 어느정도 가능은 해질겁니다. 편의점 일이 정해진 순서와 방법, 기준을 기억하고, 간단한 셈만 할 수 있으면 문제없는 일이지만, 지레 겁먹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는 익숙치 않아서 그런거죠.
“원래 처음이 이런거지, 지금 잔뜩 틀리자.”
저는 모든 사회초년생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스스로하는 세뇌는 작위적이지만 반복된 생각은 나를 조금 단단하게 해줍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질퍽거리다가도, 불안하게나마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줄 지도요. 행동으로 바로 나오지 않을 걸 알지만, 조금이나마 심신의 안정을 줍니다. 누군가 나의 실력을 폄훼하거나, 나이를 들먹이며 숙련의 질을 평하더라도, 이 점을 스스로 알고만 있다면 상처가 아무는 데 조금 도움이 될 거에요. 두, 세번 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실패는 큰 도움을 줍니다. 생각치 못한 난관에 쩔쩔매며 허둥대다 나중이 되어서야 답을 알았을땐, 얼굴이 화끈 거리겠지만 장기 기억에는 좋습니다. 실패하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니 초짜답게 실패하면 지금 실컷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틀리고, 실수하는 건 당연한거니까요. 수습딱지는 참 좋은 방패막입니다. 멋쩍게 웃으며 넘어갑시다. 그냥 멋쩍게 웃으며 창피만은 머리에서 휙 지워버리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