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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벨 Oct 28. 2018

소소한 싱가포르 생활기 5

-  10월의 할로윈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살기

10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하나둘 낙엽이 떨어지면서 한 해를 보내는 쓸쓸함이 주변을 감싸는 시기이다. 아직까지 내 머릿속 10월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다. 계절의 변화는 거리 풍경을 바꿔주고 내 안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바꿔주어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기 시작하면 외출이 꺼려지고 햇빛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스산함과 우울함이 찾아오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지금 맞이하는 상가포르에서의 바깥 풍경은 달력을 보지 않으면 지금이 어느 때 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싱가포르에서는 늘 같은 날을 사는 기분이다. 그러면  늙지도 않아야 하는데 햇빛을 많이 받으니 오히려 피부 노화는 빨리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즉 나도 모르게 몇 년이 훌쩍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흑흑.. 여기선 기꺼해야 시내에 나가거나 마트에 가면 할로윈 호박과 좀비, 드라큘라 모형들과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볼 수 있으니 그것으로 올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구나 확인하며 살짝 긴장감을 갖는다. 이렇게 올 한 해도 보내는 구나.


젊은 애들은 이맘때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Horror night으로 10월의 할로윈을 기념하고 싶어 한다. 딸애도 친구들과 12학년 마지막이라며 하루 날 잡아 호러나잇을 즐기러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다. 저녁 7시 반에 입장하여 유니버셜 스튜디오 문 닫는 시간인 새벽 1시까지 놀 수 있단다. 나는 적당히 한 11시까지 놀다 올 것을 기대했으나 애들이 어쩌다 한번 노는데 그렇게 될 리 만무했다. 할로윈용 특별 이벤트 말고도 상시 운영 중인 놀이기구도 타고 가능한 한 최대로 즐기자는 게 아이들 생각이니 말이다. 결국은 새벽 1시를 넘어 2시 가까이 돼서 집에 들어왔다. 싱가포르에 온 이래로 아니, 딸아이 인생 통틀어 처음 늦은 귀가였다.


딸아이가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집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딸을 둔 엄마로서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하니 살짝 걱정을 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택시를 타는 건 덜 위험하게 느낀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그런 인식이 생겼는지 누구나 할 것 없이 안전한 나라라고 말하곤 한다. 밤늦게 거리를 걷거나 택시를 타더라도 아예 무서워서 삼갈 정도는 아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살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해가 지면 동네를 걷거나 밖에 나가는 것은 조심했어야 했다. 1년에 한두 번은 총기사건이 지역 신문에 오르기도 하니 아무리 안전한 동네에 살더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싱가포르에는 그랩이라고 우버처럼 개인 자가용으로 영업을 하는 차들을 호출할 수 있는 앱이 있다. 일반 택시 앱도 있으나 주로 그랩을 이용해서 택시를 부른다. 평일 낮에 호출하면 flat 요금이라고 저렴한 정액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랩 운전자들이 간혹 길을 헷갈리거나 우리 집을 잘못 찾아온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우리 집은 대중교통이 잘 안 다니는 주택가에 있어서 길을 찾기 좀 어렵다) 그래도 급할때 이용하기 좋다. 급하거나 시간 맞춰가는 게 중요한 때에는 일반 택시를 부른다. 영업용 택시 운전자들이 지리에  더 밝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굉장히 섬세하게 택시 이용 요금을 정해놓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타고 시내(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를 지나가면 요금이 추가되고, 고속도로(AYE라고 부르는데 서울로 치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정도이다) 이용 시에도 요금이 추가된다.  그리고 택시 종류에 따라 기본요금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물론 한국처럼 야간시간 할증도 있다. 그래서 택시를 타면 운전사가 AYE로 갈지 일반도로로 갈지 묻기도 한다. 내 딴에는 빠른 길로 가달라고 했다가 AYE로 들어가서 추가 요금을 낸 적도 있다. 내 생각에 빨리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없는 길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곤 했는데 여기서 빠른 길은 당연히 고속도로로 가는 길이라고 알아듣는다.


딸아이는 센토사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호러나잇을 즐기고 친구들 6명 중 3명이 택시 하나로 오면서 중간에 한 명씩 내리고 마지막에 내렸다. 세명이 야간에 택시를 타서 할증이 됐으나 택시 운전자가 택시요금 한 번만 받고 세명을 차례로 귀가시켜주니 낮은 요금으로 안전하게 귀가한 셈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세명을 따로따로 내려줬으니 택시비를 추가로 더 받으려 했을 터이다. 가끔 어떤 운전자는 택시요금도 10, 20센트가 뒤에 붙으면 안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내 경험으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싱가포르는 Mrt라고 부르는 지하철과 버스 이용도 편리하다. 출퇴근 시간에 Mrt는 2분 간격으로 탈 수 있고, 버스는 2층 버스가 다녀서 출퇴근 시간 아니면 늘 빈 좌석이 있어서 앉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건 교통체증이 많지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어디를 가든 비교적 원하는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고, 장시간 버스나 Mrt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선 자가용 없이 사는 게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한국에 돌아가면 차 없이 내 두 다리로 생활하고 싶은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운동도 잘 안하는데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할 듯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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