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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완 Oct 20. 2021

가장 자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삶을 바꾸려면 가장 자주 하는 일을 바꾸어라

 나는 당장 착수했다. 먹는 일과 호흡을 관리했다. 그리고 이틀 동안의 단식에 도전했다.



 내가 가족 없는 도시에 혼자 살게 되면서 겪는 큰 문제가 먹는 일이었다. 배가 고프면 먹었다. 되는대로 먹었다. 배달음식을 먹었다. 함께 먹을 사람은 없었다. 요리하는 일은 바쁜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설거지는 귀찮고 번거로웠다. 제 때 출근하는 것도 힘겨운 나에게 좋은 음식을 제 때 챙겨 먹는 일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바쁘기도 무척 바빴다. 토스트 하나로 식사를 해결했다. 김밥 한 줄로 주말 아침을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음식에 술을 먹고 잠드는 하루가 많았다. 바쁜 하루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섭식을 소홀히 한 날 밤에는 허기를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야식을 시켜 먹었다. 치킨, 피자, 족발, 탕수육을 밤 열 시에 시켜 먹었다. 술을 함께 먹었다. 하루를 게워내듯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토사물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섭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핍이 생기면 아무렇게나 채운다.’ 섭식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삶의 많은 영역으로 번져나갔다. 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몇 년을 그렇게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인 줄 알았다. 간헐적 단식이라느니, 다이어트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여유가 있고 풍족한 삶을 사는, 건강에 유난을 떠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먹어도 살아지는데 왜 굳이 고생하는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먼저 충동적으로 먹는 야식과 간식을 줄이고 제 때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궤도에 오른 나의 섭식은 점차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먹는 종류를 닭가슴살과 생선, 계란, 야채, 현미밥, 고구마, 과일, 요구르트로 바꾸었다. 먹는 종류와 먹는 시간을 내가 결정했다. 섭식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배고프기 전에 먹었다.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었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았다. 먹기로 계획한 것을 먹었다. 내가 먹었던 것을 기억하고 내가 먹을 것을 알았다. 요리를 배웠다. 나에게 나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해서 대접했다. 섭식을 관리하자 잠드는 시간과 깨어나는 시간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이 개운했다. 하루가 선물처럼, 계획한 대로 다가왔다. 체중은 줄고 몸은 가벼워졌으며 속이 쓰리거나 배가 아파 고생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호흡을 바라보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조용히 눈을 감고 내 호흡을 관찰했다. 들숨과 날숨, 머금음과 뱉음을 느꼈다. 주의가 흐트러지면 즉시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옮겨왔다. 평소의 나는 가쁜 숨을 쉰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 깨에서 오고 가는 얕은 호흡이었다. 호흡이 단전에 이르도록 깊은숨으로 바꾸어보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충분하고 깊고 느린 호흡을 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침에 연습했던 깊은 호흡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나쁜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어김없이 얕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몸에서 우러나는 나쁜 감각이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늘 점검했다. 깊고 느린 호흡으로 돌아가면 생각과 감정도 바뀌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때로는 바빠서 먹는 일과 호흡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사소하게 느껴져서 소홀히 여긴 적도 있습니다.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의 부탁이 있거나, 내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집안일로 바쁘기도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내게 말했다.



"자네는 무엇이 중요하기에 먹는 일과 호흡 들여다보는 일을 소홀히 했는가?"




"... 급한 일, 당장 해야 하는 일 따위가 생기면 아무래도 소홀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자주 하는 일이네. 자네가 가장 자주 하는 일이 자네의 삶이야. 가장 자주 하는 일을 바꾸어야 삶이 바뀌는 법이라네. 급한 일,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무언가 대단해 보이는 일은 자네의 삶을 바꾸지 못해."


"자네를 바꿀 수 있는 일은 자네가 가장 자주 하는 일이네. 가장 자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 빈도는 중요성을 압도한다네."


"대단한 일을 성취해서 삶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삶은 입시나 취업 같은 이벤트로 움직이지 않아. 삶은 매일의 숨, 매일의 밥, 매일의 말, 매일의 잠이 만들어간다네. 삶은 이벤트라기보다 시스템이야."


"따라서 자네 삶의 핵심은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대단해 보이는 일에 있지 않아. 오히려 지루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과에 숨어있지."


"명심하게. 가장 자주 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네."



가장 자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자주 하는 일을 관리하면 삶이 바뀐다.


노인의 가르침을 실감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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