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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Jul 11. 2022

동네 걷기

여행을 좋아하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그렇기는 한데, 여기저기 알아보고 준비하고 이동하는 것은 어쨌든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라 자주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루틴을 따르는 것을 지루해하기 보다 편하게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애당초, 시내나 명소들을 챙겨 다니는 것보다 적당한 범위내에서, 정확히는 동네 안에서 왔다갔다 걷는 것을 주로 하는 편이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은 동네 산책을 주로 하는 습관을 고치(?)는 것을 도와주지는 않았다 - 물론 그 반대.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고 전세계가 처음 겪는 일에 떨고 있던 2020년 초중반쯤에는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아예 자택 출입 제한까지 몇 주씩 시행됐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나 외출 시간 등의 제한은 조금씩 느슨해졌고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등의 생활 필수 시설들이 아니면 모두 문을 닫았었기 때문에, 장시간 장거리 외출을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다. 우선은 나가서 걷는 것 외에 정말 할 일이 없었고, 무언가를 사먹거나 할 수도 없었으며, 따라서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아, 물론, 대중교통을 탈 수 없는 것 또한 하나의 이유였고.





하여, 늘 그래왔듯, 그리고 한층 더 적극적으로, 대부분의 산책은 아내와 집 근처를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돌고 오는 것으로 채우고 있다. 살고 있는 곳이 대도시가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조금 심심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작은 동네에서 예전에 살던 서울이나 파리와 같은 박력을 찾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조금 단조롭지만 비교적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에서 위안을 찾는 수 밖에. 벌써 7-8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것이니, 사실 어지간히 크고 다이나믹한 곳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화려함은 이미 일상이 되어 딱히 더 즐겁거나 자극적이지도 않았으리라 싶기도 하다.


그래도 참 신기하게도, 이사하기 전,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부터 반해버렸던, 그리고 정붙이고 살면서 항상 더 마음에 들어했던 그런 곳이기 때문인지, 여전히 길을 걷다보면 종종, 가슴이 설레고 카메라를 찾게하는 순간들을 마주치곤 한다. 빛이 아름답게 빛나서, 비가 내린 후의 색이 예뻐서, 혹은 그냥,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에 닿아서.






(이것 또한 상당부분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실 이곳에 글을 쓰지 않았던 꽤 긴 시간동안,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관심도 무척 작아져버렸다. 멀리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 줄어들고 동네에서 주로 산책을 하는 것이 나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의 제한이라는 생각이 아무래도 들다보니, 마음도 조금 좁아지고 순간을을 담고자 하는 마음도 줄어들었었다고 해야하나. "그거 매일보는 풍경 뭐 새삼 다르겠어 아오 몰라 귀찮아" - 뭐 좀 이런 느낌?


그런데 그럼에도, 생각보다 자주, "카메라가 손에 있었더라면..."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다보니 조금 더 나를 자극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인스타그램 정도도 딱히 나쁘지는 않지만 그곳은 왠지 좋아요 수에 신경을 쓰게되고 때문에 태그도 신경쓰게 되고 뭐 기타등등 그러다보니, 글도 조금 적어내리고 할 수 있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 이것도 몇 주 몇 달을 미루고 미뤄 그저께가 되어서야 다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가능한 꾸준히 다시 이런저런 글들을 써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해본다. 글도, 사진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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