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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zeze Nov 18. 2021

연희동의 작업실 :: 프로토콜 로스터스

건축 스튜디오를 닮은 감각적인 카페

@protokoll.roasters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10:30-22:00, 매월 비정기 휴무 1회

ENT.


프로토콜, 모두의 작업실

연희동 골목에 또 하나의 카페가 생겼다. 건축 스튜디오실이 연상되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어떤 요소가 이런 느낌을 주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면,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그런 인기 석은 늘 만석이다. 화려한 뷰를 볼 수 있는 고층 레스토랑이라면 창가 자리가 그럴 것이고, 중정이 있다면 아마 중정 옆 센터도 인기석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그곳의 조명, 가구, 용도에 따라 디자이너의 의도로 '힘준 공간'은 늘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


어디에 앉으시겠어요?

하지만 이는 상대적이어서 비교적 환영받지 못하는 Dead space 또한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위치 별로 사람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은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심하면 사람들은 자리를 뜨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곳은 비교적 '공평한 공간'이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괜찮겠다.' 혹은 '저기도, 여기도 한 번 앉아 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를 찾고자 눈치게임을 덜 해도 되는 공간은 입장부터 피로도를 낮추고 방문 부담을 덜어준다.




사람들의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공간

창가 쪽 파티션을 활용한 'ㄷ'자 좌석

공간의 용도와 성격을 조금만 달리하면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다. 이미 카페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방문 목적에 맞게 공간을 다양하게 기획해 주면 된다.볕이 잘 드는 벽 쪽에는 1~2인석을 배치하고 파티션을 두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놓았다. 이 공간, 어디서 많이 본 듯했는데, 하버드 건축대학원이 떠올랐다.


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Gund hall Studio / @Google image

하버드 디자인스쿨(GSD) 건축학과가 위치한 군드홀 스튜디오 내부이다. 건축 모델들이 얼마나 큰데, 저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밤새워 과제한다고 생각 하면 된다. 비좁은 공간 덕분에 하도 엉덩이를 자주 부딪히며 밤샘 과제를 해서 이 작업 공간을 나누는 사람을 'butt(엉덩이) mate'로 칭한단다.


창가와 파티션으로 둘러싸인 'ㄷ'자 공간은 카페에서 흔히 쓰지 않는다. 보통 1인석은 창가에 일렬로 배치하지. 그래서 이 창가 쪽 좌석은 건축 스튜디오처럼 보이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카페 공간은 널찍해서 모르는 사람과 카페에서 엉덩이 친구가 될 일은 없어 보이지만:)


오래 머물라는 직접적인 메세지


반면, 중앙부의 배치는 4인 기준 테이블 세트가 놓여있다. 어느 정도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개별 스탠드와 콘센트로 작업 공간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 스터디 카페도 아닌데 모든 자리에 콘센트와 스탠드를 두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용객이 오래 머물수록 로테이션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눈 앞의 매출보단 오래 머물더라도 이용객으로 하여금 이 공간을 작업실로 느끼고 이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민하여 적용해 놓은 흔적이다.



OPEN Baristar Bar / Rostery Room



(왼1) Barista Bar / (오2) Check Stand 및 Rostery Room

흔히 볼 수 있는 '오픈 바'의 형태를 취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바리스타의 작업과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스듬한 흰색 제도 판이 연상되는 곳이 결제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프로토콜 필터 커피의 원두를 소개해 준다. 그리고 안쪽으로 3D 프린트기가 있을 것만 같은 공간에는 커피 원두와 관련된 기계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IDENTITY of Protocol, CABINET

A3-A2 사이즈의 도면들이 들어있을 것 같은 캐비닛은 이 카페의 가장 메인 가구이자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사이즈와 높이, 디테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하나의 프로토타입에서 조금씩 변형된 것이다. 이 캐비닛은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테이블이자, 셀프서비스바, 1인석 테이블의 다리가 되기도 하면서 카페 곳곳에 쓰인 중요한 요소이다.


2013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이 캐비넷을 보고 단번에 떠오른 한 건축가의 전시가 있었는데 바로 '정기용 건축전'이다. 2013년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그림일기: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라는 전시에서 건축가 정기용의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랍장(지류함)을 기획했다. 스케치를 꺼내어 볼 수 있는 서랍장으로 칸마다 프로젝트별로 스케치물이 들어있다. 시간순으로 놓아서 스케치의 과정들을 순차적으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했던게 생각이 난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서 작업실이라는 느낌을 한껏 강조됐다.


1-2인석, 4인석 등 공간의 특징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인 작업실 컨셉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 마감은 따로 되어있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인 반면, 가구는 굉장히 깔끔하고 네모 반듯하게 제작된 걸 볼 수 있다. 이 대비가 인테리어와 가구의 밸런스를 묘하게 잡아준다.


이 모든 공간적 요소와 함께 '이용객들로 하여금 목적에 맞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고민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찾는게 아닐까.  가사가 없는 노래 또한 인상적이니 작업에 더나할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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