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꼬따오(1)
코창을 떠나 꼬따오라는 섬으로 떠나는 날이다.
장장 26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태국의 동남쪽 아래 섬에서 본토 남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가야 한다. 배와 버스 그리고 버스 또 배를 타야 하는 멀고도 먼 힘든 여정이다.
조식을 많이 먹고 싶었지만, 긴 여정에 걱정이 되어 과일만 조금 먹고 떠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 싫어서 연락을 주고받던 P 가 있다는 꼬따오로 향했다.
1월 초에 말레이시아에서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아무 플랜이 없었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에 한번 들러볼까 싶었다.
꼬따오라는 섬은 많은 여행자들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려고 가는 섬이다.
꼬 (Koh)는 섬을 뜻하고 따오(Tao)는 거북이를 뜻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바닷물과 많은 수중 생명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많이 들어본 코팡안, 코사무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코팡안 풀문파티, 코사무이는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꼬따오는 난생처음 들어봤다.
작은 버스를 타고 돌아온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타고 들어왔던 큰 배를 타고 내리면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장시간을 타야 하는 버스이지만 버스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우등고속 못지않다.
중간에 내려서 밥도 먹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방콕 여정표가 보인다. 리조트를 떠난 게 아침 8시 반인데 방콕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되어간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버스 티켓을 받을 때마다 과연 이 버스 티켓이 과연 유효할까 싶게 종이에 쓱쓱 적어서 준다. 모바일 앱과 인터넷이 발달한 이 현대 시대에 어떻게 저런 손 종이가 아직도 있단 말인가
과연 내 예약은 잘 잡혔을까, 나를 정말 꼬따오에 잘 데려다줄까 싶은 걱정이 생긴다.
걱정 말라는 듯이 방콕에 도착하니 내 옷에 TAO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스티커가 사라지면 내 여정의 티켓이 사라질까 싶어 괜히 한 번씩 꾹꾹 눌러서 옷에 붙여본다.
방금 전까지 우등고속 못지않다고 칭찬을 했는데, 웬 이상한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석표는 없고 버스 안내 아주머니의 입맛대로 좌석을 지정해 주신다.
의자를 뒤로 살짝도 눕힐 수 없고, 키가 작은 나에게는 바닥에 다리가 닿지도 않는 좌석이다.
키가 작으니 슬리핑 버스에서도 두 다리 쭉 뻗고 아주 편하게 다녔는데, 이거 난관을 만났다.
다리는 계속 동동 떠 있고 허리는 일자로 쭉 펴서 가려니 이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게 잠도 못 자고 뜬 눈으로 항구까지 몇 시간을 달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촘폰에서는 또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깜깜한 밤하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다.
여행사 로비에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테이블에 얼굴을 괴고 잠을 청하거나 다리를 쭉 펴고 선 잠을 자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아침 7시가 되었고 다들 티켓을 받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해가 밝아오고 아침 8시가 되어서 나는 드디어 꼬따오로 가는 마지막 페리를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