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인지'했음을 나타내며, 행동은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려 해도 무의미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어려운 걸 해야하는 것이 아닌걸 알면서도 그저 귀찮음과 불편한 마음만 쌓이고 이내 신경 쓰이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는 시기.
“마음이 떠 있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상태로 사람들은 이러한 시기를 권태, 번아웃, 인생 노잼시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물론 권태가 오거나, 번아웃이 오거나, 인생이 노잼인 시기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살아가면 겪게되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상태일테니까
다만, 이러한 것이 같은 이유로 반복된다는 것은 결국 그 본질은 해결되지 않고, 애써 외면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결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져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힘듦'과 '우연히 찾아온 힘듦'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먼저 후자의 우연히 찾아온 힘듦은 말 그대로 어쩌다 내게 지나가듯 다가와 스치듯 사라지는 힘듦이다.
한가할 줄 알았던 하루가 갑작스레 밀려온 바쁜 업무로 힘들어지는 거와 같은 것.
전자의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힘듦은 맞딱드리고 부딪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나를 갉아 먹는 힒듬이다.
가족의 문제, 금전적 문제, 연애, 결혼, 직장생활의 갈등 등 외면하고 싶은 문제들.
외면했던 문제는 어김 없이 세월을 타고 내게 찾아오기를 반복하며 정신부터 육체적 건강까지 서서히 압박해온다.
부딪쳐보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았던 내게 가장 좋지 않았던 습관 중 하나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에 지레 겁을 먹고 그것을 무작정 멀리 두려 하는 것
정확히는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애써 무던하게 넘겼던 것인데, 이게 결코 해결책은 아님을 알게 된 순간 그제서야 문제에 직면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잘 부딪쳤던 그렇지 않았던 한번 쯤 행동했던 문제들은 또 다시 행동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실수하면 어떡하지" 보다 "실수해서라도 질러야지" 인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저런 표현이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X대로 되라", "X발 어떻게든 되겠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내가 처음 문제에 직면하길 결심한 이후 약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변하지는 않았다.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됨을 경험하고 나면,
“그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그냥 받아들이고 해내면 되는 일인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후에는 그렇게 계속 "부딪쳐 보면 되지"하고 용기를 갖게 된다.
반복되는 용기는 불안을 줄여주고, 어느새 나의 삶도 그리고 인간관계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삶은 항상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간단하지만, 당사자에서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마련이다.
때론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가볍게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게 무조건 옳지는 않다.
물론, 반대로 너무 부딪치며 살다 보면 내 삶에 일어나는 사사로운 것들에 의미부여를 하고 하나하나 문제삼게 되고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모든 것엔 시행착오가 존재하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살아가는게 나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노력이라면 불안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좋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불안을 만드는 문제들을 인지했다면 천천히 수용하려는 노력 또는 연습이 필요하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두려워 할 시간보다, 문제에 대한 이해를 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인지'했음을 나타내며, 행동은 '수용'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