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과 친절
가끔 여행을 하면서 ‘작은 신공'이 발휘될 때가 있다.
산티아고(Santiago)를 걷기 위해 장거리 버스를 타고 사모스(Samos)로 이동해야 했다. 숙소에서 나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두 시간 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표를 달라며 돈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 매표소 직원이 짜증을 내며 뭐라고 한소리를 하더니 동전을 던지는 것이다. 물론 그 동전이 동구 밖 과수원 길까지 나가지는 않았지만 서로 튕겨 요란한 소리를 낼 정도였다. 이때 ‘신공'이 발휘되는데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그 스페인어를 다 알아듣겠다는 말씀!!
순간 정적이 흘렀고 그 매표소 직원도 나도 서로 씩씩되며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후 그 여자는 나의 시선을 피하고 다음 고객을 향해 말을 걸었고 그 여자와 나의 서로 다른 언어로의 거친 대화(?)는 잠깐의 소동으로 끝이 났다.
씩씩거리며 버스 시간까지 시간을 보낼 장소를 물색하다가 터미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오우가 예전에도 고속버스터미널 직원들은 매너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내 화를 좀 누그러뜨려 주었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식당이다. 근처 회사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보인다.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메뉴를 보여달라고 했다. 젊은 사장님은 메뉴를 가져다주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스페인어로 적혀있는 메뉴를 보고 또 보아도 그 ‘신공'은 다시 발휘되지 않았다.
눈치를 챈 사장님이 영어 메뉴를 다시 가져다주겠다고 하면서 다시 메뉴판을 가져갔다. 매표소 직원 때문에 영어 메뉴를 요구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메뉴를 그림책 보듯 하는 우리를 발견했나 보다.
점심식사 동안 우리는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며칠 동안의 일들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려는데 사장님이 우리에게
“세뇨르! 그 생수병의 물을 가득 채워줄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우리들의 생수병을 보니 거의 비어 있었다. 그 친절과 세심함이 고마웠다.
“Water is a life!.” 하며 웃는다.
“맞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화답했다.
우리는 가득 찬 물병을 들고 인사를 나눴다. 그 넉넉한 친절은 아침에 있었던 불쾌감을 날리기에도 충분했고, 기분 좋은 오후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약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레온(Leon)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