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사자 Aug 20. 2021

B. 한국 인구가 몇이냐고 스페인 의사가 물었다.

우와, 진짜 이런 질문을 하네?!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은 우리 순례자들은 기가 막혔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3시간이 넘게 장대비를 맞았다. 나는 그 와중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무섭게 내리는 비 속에서 건포도를 먹고 물을 마셨다.  신발이 젖으면 발의 물집이 더 쉽게 잡힌다는 말을 들은 터라 신발 걱정을 했다. 그렇다고 걷는 속도를 더 내다가는 부상을 입을 수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걸으며 론세스바예스(Roncesvelles)가 빨리 눈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다.


둘째 날, 쥬비리(zubiri)를 향해 가는 날부터 오우의 발에 물집이 잡혔다. 하루에 하나씩 물집이 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힘든 산티아고 길이 시작되었다. 발바닥을 제외하고 발가락에 자리 잡은 물집은 특히나 내리막 길에서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로 가는 길,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그녀는 맨발로 걸었다가 신발을 겨우 신었다가를 반복하며 걸었다. 9킬로에 가까운 배낭을 멘 상태라 그녀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은 그녀를 기다려 주는 것이었지만 점점 거리는 벌어졌다. 대신 먼저 마을에 도착해서 병원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마을은 아주 작았다. 제대로 된 마켓도 없는 이 마을에 병원이 있을까.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 입구에서 두 명의 호스피탈리노(자원봉사자)가 나와 동행하던 또 다른 한국 친구를 맞아주었다. 호스피탈리노는 그 숙소에서 순례자들이 잘 쉴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순례자 여권인 크리덴셜과 진짜 여권을 그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그것을 수기로 작성하고 우리에게 침대를 배정해주고 우리의 안부를 챙겨준다. 나는 나의 크리덴셜(일명 순례자 여권)과 여권을 보여주기도 전에 다급하게 물었다.




"이 마을에 병원이 있나요?"

"왜 병원을 찾아요?"

"내 친구 발의 물집이 아주 심각해요. 친구가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아요."



걱정 가득한 내 표정을 보고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해바라기로 만들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Don’t Worry. We are doctors. Where is she now?"



그 순간 위아 닥터스...라는 말이 에코가 되어 돌아왔다. 위아 닥터스스스스스스.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자, 안타까운 듯이 그 정도면 침대를 먼저 예약 줄 수는 없으니 걱정 말고 먼저 침대를 배정받으라고 했다. 또 다른 한국 친구와 나는 침대를 배정받고 다시 알베르게 입구, 호스피탈리노의 테이블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들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건다.




"Are you Korean?"

"Yes, I am. How did you know that?"

"Because of your hat. Almost Korean are wearing the hats like that."

"Really? I did not know it.

"What’s the population of Korea? " 한국 인구가 어떻게 돼?

"What’s the population of Korea?" 한국 인구가 어떻게 돼?

"What’s the population of Korea?" 한국 인구가 어떻게 돼?


느닷없이 한국 인구를 묻는 질문이 훅 들어왔다.


"누나 5천만이니까… Five thousand million 이렇게 대답해야 하나요?"






갑자기 회의 풍경이 떠오른다.


에피소드 리스트를 취합하기 위한 회의였다. 팀원 1과 팀원 2는 인구에 대한 토픽에 대해서 도대체 그게 왜 궁금할까? 정말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된 리스트이기는 하지만 일부 팀원은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의 인구를 물어보는 건 어른의 영어 앱에서 About Korea 1에 있는 에피소드다. 그들의 질문은 정확히 제목과 같았다. 테스트 기간 나는 그 스크립을 여러 번 확인하고 성우의 녹음을 듣고 또 들었다. 나는 조금 떨렸지만 여유 있는 척 대답했다.



"The population of South Korea is about 51 million. Most of Korean live in an urban area, such as Seoul. So Seoul is really crowded."



그들은 다시 한번 내가 말한 인구수를 확인했다.



"5천백만이라고?"

"응, 별로 많지 않지?"

"별로 안 많다고? 벨기에 인구가 몇인 줄 알아? "

"몰라."

"000일걸. 남한 인구가 웬만한 유럽보다 많구나."



우리 앱의 에피소드처럼 길고, 다양한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표현으로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앱 테스트를 하면서 듣고 녹음해본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앱에 있는 스크립트대로 말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의 목적도 미리 샘플 답안을 주고, 사용자 각자가 표현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 샘플 답안을 기억하고 있었고 내 수준에 맞게 (더 단순하게) 대답했다.


또 한 가지! 외국여행에서 대체적으로 돈 주면서 하는 영어, 예를 들면 주문하고 택시 타고 호텔 가고... 뭐 내가 영어 못해도 돈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해줘서 큰 불편은 없는 영어만을 사용했다. 한국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니 서바이벌 영어가 아니라 대화답게 말을 한 기분이다.



마을 입구로 친구를 마중 나가야겠다고 했더니 의사들은 아픈 그녀를 이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을 입구에서 하드를 먹으며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는 절뚝거리며 마을로 들어왔고 그런 그녀에게 서둘러 의사들의 존재를 전했다.



의사들은 웬만하면 주지 않는 침대의 1층을 그녀에게 배정해주었고, 정성껏 그녀의 발을 치료해주었다.


의사 두 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알베르게



어른의 앱 >  About Korea 1 > 실제 에피소드 답변


What’s the population of Korea?


The population of South Korea is about 51 million.  Over 65% of the land is covered in forests, so people can live in only 35% of the land.


The population density of South Korea is more than 10 times the global average. More than 90% of the total population lives in an urban area. This causes serious traffic, housing and environmental problems.


남한의 인구는 약 5천백만 명입니다. 국토의 65%가 산림으로 덮여있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땅은 35%뿐입니다.


남한의 인구밀도는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 높습니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심각한 교통 문제, 주택문제 그리고 환경 문제를 일으킵니다.






작가의 이전글 평범한 여행자들의 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