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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ug 30. 2023

마지막 수업

2023년 8월 31일

그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납니다. 명예퇴직을 합니다.

명예퇴직을 하면서 아이들과 마지막 수업을 했습니다.

마지막 수업에서 제가 쓴 편지를 들려드렸습니다.

아래는 마지막 수업에서 읽었던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월계초 친구들

오늘은 2023년 8월 29일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날입니다.

여러분과 교장 선생님이 헤어지는 날입니다.   

  

여러분과 헤어짐을 준비하면서 여러분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쓴 편지를 들려드리고 한명 한명 여러분의 얼굴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여러분과 예쁘게 사진도 찍어서 훗날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교장 선생님이‘마지막 수업’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했던 월계초 친구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인생에서 배웠던 지혜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그 지혜로 여러분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지혜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여러분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장 선생님이 글을 읽을 때

조금 힘들고 지루해도 귀를 활짝 열어주세요.     


교장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첫 번째 지혜입니다.   

  

그 지혜의 이름은 ‘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꽃이 가득 들어차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에 꽃을 가득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관찰에 있습니다.

등굣길에도 꽃이 보이면 인사를 해야 합니다.

하굣길에도 꽃이 보이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오늘도 잘 지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꽃만이 아니고 나무도 사랑해야 합니다.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나무를 안아주어도 됩니다.

나무를 안고 나무의 숨소리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가끔 편지를 써서 읽어주어도 됩니다.     


하늘의 별도 세어보아야 합니다.

하늘의 별에 내 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내 꿈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도 해보세요.     


꽃, 나무, 별을 좋아하다 보면

꽃, 나무, 별이 내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나도 꽃, 나무, 별처럼 예쁜 아이가 됩니다.

내가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두 번째 지혜는 ‘필사’입니다.     


필사가 무엇일까요?

필사는 책이나 좋은 문장 등을 공책에 옮겨 적는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책을 세 권이나 집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필사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교장 선생님이 읽고 있는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공책에 옮겨적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그것을 다시 읽어봅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려면 손으로 적어보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손으로 적어보세요.

어느 순간 책 속에 담긴 지혜들이 여러분들의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명언, 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인터넷, 책 등에서 명언, 속담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명언이나 속담도 필사하세요.

외워보세요. 그리고 그 뜻을 친구나 부모님에게 설명하여 보세요.     


멋진 시도 필사해야 합니다.

교과서 시를 필사하세요.

시집에서 맘에 드는 시를 필사하세요.

그리고 그 시를 외우세요.     

필사가 여러분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필사가 여러분의 예쁜 인성을 만들어 줍니다.

필사가 여러분의 창의성을 만들어 줍니다.

필사가 여러분을 좋은 대학, 멋진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교장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지혜는 ‘선생님’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35년을 보냈습니다.

수천 명의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학생들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도 했으며

그렇지 못한 아이도 많았습니다.     


훌륭하게 성장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답은 선생님께 사랑받는 아이였습니다.

선생님께 사랑받는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선생님께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선생님 얼굴을 보면 활짝 웃어야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선생님께 자주 웃다 보면

틀림없이 선생님은 여러분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에 ‘끄덕끄덕’도 중요합니다.

수업 중에 고개를 ‘끄덕끄덕’하세요.

틀림없이 선생님의 시선이 여러분에게 머무릅니다.

선생님의 시선이 다가오면 예쁘게 미소 지어 보세요.     


가끔 선생님께 쪽지도 보내세요.

예쁜 종이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적어보세요.

그리고 아침 일찍 선생님 책상 위에 올려주세요.

특히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 편지를 드립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을 모든 선생님은 좋아합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좋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선생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마음에서 별이 됩니다.

그 별은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합니다.

그 별은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합니다.

그 별은 책을 열심히 읽게 합니다.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오늘 교장 선생님 세 가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것들은 교장 선생님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우친 지혜들입니다.

꽃, 필사, 선생님 사랑이 여러분에게도 지혜로 다가가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사회와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해 주세요.

교장 선생님은 여러분이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여러분과 함께했던 지혜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과 선생님이 그 책을 읽고, 여러분을 훌륭히 키울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3년 8월 29일

월계초등학교장 한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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