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관점으로 피드백했더니, 전세계 직원들 앞에서 발표까지 하게된 썰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썼던 영어 회화 앱이 하나 있었다.
약 1년 반 이상 사용했었던 어플이었는데, 잦은 에러로 인해 사용성이 불편해져서 1년 구독을 끊어버렸다.
이 앱은 1년씩 구독을 하면 중간에 해지가 불가능한데, 인터넷으로 중간에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지를 하고 난 뒤, 해당 앱 서비스 팀에서 메일로 연락이 왔다.
비정상적인 해지를 감지했고, 정말 해지한 게 맞는지에 대한 확인 메일이었다.
답장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워낙 애정을 가지고 썼던 어플이고,
또 지금 당장은 쓰지 않지만 나에게 많은 기회와 용기를 주는 데 큰 기여를 했던 어플이기에
1명의 유저, 그리고 기획자의 관점에서 불편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크게 5가지로 적어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이후 해당 CX팀에서 나의 메일을 인상깊게 봐 주었고, 그 기회로 사용성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양한 기능을 넣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의 기능이 잘 동작하느냐 인 것 같아요"
요즘 어플들에 AI 기능, 유저의 해빗트래커 (Habit Tracker)와 같은 기능이 많은데,
나는 결국 새로운 기능은 부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에 이 어플을 이용하게 된 걸 생각해보면, 깔끔했다.
나의 니즈(Needs)을 잘 담아낸 핵심적인 기능이 이 어플을 오래 사용했던 궁극적인 이유였는데
그 부분에서 사용성이 떨어지니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내 답변이 인상깊기도 했고, 정말 많은 애정이 느껴졌던 걸까?
운이 좋게도 해당 회사의 한달에 한번 전세계 직원들이 모이는 Hands On 미팅에서 영어로 3분정도의 짧은 발표를 하게되었다.
발표했던 내용 중 일부를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당신들의 서비스에는 3가지 큰 장점이 있다.
1. 매일 말하게 하기
2. 반복
3. 동기부여
하지만 가끔 음성인식이 잘 안되서 불필요한 반복과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은 꼭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능들도 좋지만,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 발표가 다른 직원들에게도 인상깊었는지, 컨텐츠팀에서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단기간 광고 모델을 제안받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뭐든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기회가 생긴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기획자이기도 하지만, 소비자 혹은 사용자 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인지하고, 적어놓고, 기회가 왔을 때 행동한 것,
"아, 조금만 더 개선하면 더 견고하게 유저들을 잡아두고, 신규 고객도 확보할 수 있을텐데" 라는 마음이
2번의 인터뷰와 1번의 발표를 통해 벌써 3개의 경험을 얻게 했다.
실제로 내 의견 때문인지, 그 앱은 단기간에 이전보다 더 빠른 음성인식 기능과 오류를 많이 개선한 걸 경험했다. (구독권을 주셔서 다시 써보고 있는데 예전 보다 더 좋아졌다)
나중에 이 회사와 다시 인연이 되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 때까지 더 멋지고 깊게 고민하는 기획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멋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