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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Sep 18. 2023

병상일기 1

2023. 9. 16.

- 브런치 병상일기를 시작할 뻔하다-

2년 동안 잊을만하면 속을 끊어내던 복통이 이번에 제대로 탈이 났다. 급성담낭염으로 앞으로 담낭절개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입원을 한 지 3일이 지났는데 한 일주일은 된 것 같다.  속 쓰림으로 며칠을 먹지 못한 힘없음과 시술로 인해 뚫어놓은 오른쪽 복부의 쓰라림이 나의 현실을 또렷이 각성시켜준다. 이제 입원 나흘째에 이 통증을 정신으로 승화시키고자 나의 브런치에 병상일기를 남기고자 한다.…는 개뿔.  도저히 배고프고 아파서 못해 먹겠다.  아. 몰라. 그냥 누워서 휴대폰이나 봐야겠다. (10여 분 만에 브런치 병상일기 취소)


2023. 9. 17.

- 브런치 병상일기를 재시작하다-

(작가의 변명: 이렇게 누워서 신세한탄만 하는 것은 브런치 작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기다리던 수술 날짜가 드디어 잡혔는데 오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다. 웬걸 다음 주 월요일로 잡혔다.

아니 나흘도 힘들다고 속으로 울부짖는 나에게 하늘은 왜 이다지도 무심한가.

'나, 이 병원 나갈래. 여기만 병원이야?' 불뚝 성질이 솟구치지만 내 배에 대롱대롱 달린 고름주머니가 빼꼼히 나를 쳐다본다. 이걸 배에 달고 어떤 병원을 찾아간단 말인가? 그곳이 나를 받아줄지, 또 수술 날짜가 이 병원보다 빨리 잡힌다는 보장이 있을지 어찌 장담한다 말인가? 이성을 찾아야 한다. 그래. 여기는 병원이 아니라 유배지라고 생각하자. 즐길 수 없다며 견디자.

망망고도에서 한양만을 바라보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위해 글을 썼던 선비처럼 나도 여기서 뭔가를 찾아 글을 써보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던 그들의 버팀처럼 나도 이 시간을 견디자.



2023. 9. 18.

-밤잠을 설치다-

간병인 2인을 포함하여 8인을 한 병실에 몰아넣은 공간에서 나는 이산화탄소 가득한 답답한 공기를 참지 못해 숨을 토하듯 새벽잠을 깨고 말았다. 숨이 막힐 듯한 텁텁함, 거기다 환자복 바지의 고무줄이 자꾸 등을 가렵게 한다. 이불속에서 바지를 벗어버렸다. 그래도 알레르기처럼 자꾸만 고무줄로 눌린 부위가 가렵다. 약간의 두통과 메스꺼움이 올라온다. 이 삼박자 속에서 오늘 밤 나의 잠자리는 쉽지 않을 것임이 예감된다. 복부 오른쪽을 뚫고 담관으로 이어진 호스관으로 인해 옆으로 누울 수 없는 나는 계속 중력 아래로 짓눌려서 결리기 시작하는 엉덩이를 들썩거림으로 다독여 본다. 휴대폰이라도 볼까 하지만 그러면 더욱 잠은 물 건너갈 것이다. 집의 시원한 소파가 그립다. 나의 뒤척임 속에 구겨진 침대 시트는 나의 등 간지러움을 격화시키고, 나의 두통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병실 위를 떠돈다.

 


<병상일기 2 예고편>

-현지 사정으로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1. 극 I가 바라본 다인병실의 모습: 화장실 불에 대해서,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텃세

2. 간병인과 할머니를 보며 엄마를 생각하다

3. 어머니라는 호칭을 환자분으로 바꾸어 주세요.(젊은 사람에게는 환자분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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