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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Sep 04. 2022

성수동 백곰과 분홍토끼

서울모던아트쇼

얼마전 다녀온 서울모던아트쇼

전시장 옥상에서 만난 캐릭터 조형물 사진을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열어봤다


성수동

오래되고 낡은 골목길과 공장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바로 그곳에서

전시는 허름한 창고 건물 두군데에서 열렸다


건물 내부를 둘러보다가 자연스럽게

옥상에서 전시장 입구를 내려다보며 서있는 커다란 토끼 인형쪽으로 나의 발걸음이 향했다.


회색의 먼지낀 건물에서 마주친 새하얀 백곰과 분홍토끼


이 아이들 앞에 서는 순간

마치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듯

장난끼가 발동했다

두 팔을 크게 벌려 사진도 찍고 화난듯 돌아서 앉은 토끼 뒤에서 다정하게 불러도 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장난끼넘치는 어리시절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공간이 새롭게 다가오는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예기치않은 사고처럼 훅 들어와서 푹 빠지게 만드는 뭐 그런거.


대형 인형 두개를 옥상에 가져다 놓은건

어쩌면 그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 것이다

바로 동심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곳을 뭔가 즐겁고 유쾌한 공간으로 느낀다면 그것으로 된것이다


완벽한 계획에 따라 잘 준비된 놀이와

사고처럼 들이닥치는 즉흥놀이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잘 짜여진 전시가 준비된 놀이라면

즉흥놀이는 나와 공간이 만드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그래서 흥미로운 것이다

예측도 안될뿐더러 만족도는 거의 무제한이다


오늘처럼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어떤 공간을 떠올릴때

뭔가 특별한 감정이 올라오는 때가 종종 있다

그건 어쩌면 내가 공간과 깊게 상호작용을 한 결과일지도


백곰과 토끼가 살고있는 건물 옥상

그리고 파란 그날의 하늘까지...


성수동 그 곳은

어느새 내 기억저장소 한 공간을 차지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저녁에

그 공간이 유난히 더 그리운건 어쩔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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