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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ug 12. 2023

중학생, 워킹맘 그리고 영국(1)

D-1 여행 전날 아침

2023.2.2..(목) 06:48 "여행 전날의 고요함"


오늘은 음악도 커피도 없는 고요함 속 아침이다. 두유 한개를 마시고 책상에 앉았다.


어젯밤.

대략적인 짐싸기를 마치고 거실 바닥에 펼쳐진 두 개의 여행가방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내가 진짜 아들과 여행을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계획부터 실행까지 반년정도 걸린 여행이다. 출발은 조직에서10년이상 근무하면 주어지는 10일의 유급휴가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홀로 이탈리아 예술 여행패키지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진했다.


그러다가 지난 추석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차 안.

가족들에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들은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왜 자기는 유럽을 안데려가냐고 서럽게 우는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물어봤다. 어딜가고 싶은지. 영국을 가고싶단다. 거기서 축구도 보고 유명한 대학교도 가보고싶다고. 울음을 그치고 이내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아들의 모습에 나는 바로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예술여행은 아들과의 영국 축구, 대학 여행으로 바뀌었다. 너무 생뚱맞게 바뀐건 맞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아주 큰 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위해 동시에 나를 위해 어쩌면 최적의 여행을 짤 수 있으리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첫번째 유럽여행을 통해 두번째, 세번째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아들에게 잊지못 할 최고의 여행이 되리라는 믿음이 어디선가 날아와 마음 한구석에 슬쩍 자리잡은것 같았다. 영국여행 마지막 준비의 날, 나름 애써서 파이팅을 다짐했다. 건너편 방에서 편하게 잠들어 있을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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