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워킹맘 그리고 영국(4)
런던의 6일째 아침
2023.2.8.(수) 06:09
2월 3일 늦은 오후 도착 후 벌써 6일이나 지났다니. 정확히 5일인가. 아무튼. 아침 뜨거운 홍차 한잔을 이제는 습관처럼 마시고 있는 내 모습이 많이 자연스럽다. 밀크도 넣고 설탕도 조금 털어넣으면 훨씬 홍차맛이 부드럽다. 믿기지않는 물가 빼고는 모든게 완벽한 도시에서의 시간이다.
며칠안되지만 내가 보기에 여기 영국남자들은 축구와 맥주에 진심이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건 남녀노소 불문 패션에도 진심이라는 것. 나는 여행자라서 멋지게 입지못해서 아쉽지만 여기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어쩌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어디에? 바로 옷차림이다.
무엇보다 신발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다. 어제 지하철역. 신문을 들고 조금은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플랫폼 의자 내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그쪽을 의식적으로 보진 않았지만 곁눈질로 그의 갈색빚의 가죽 구두가 보였다. 너무도 깨끗하게 잘 관리된 모습이었다. '이 시람들 패션엔 진심이다' 싶었다. 겉모습이라고 하면 헤어스타일과 겉옷 정도만 중요시했던 내게. 영국인들의 한결같이 잘 관리된 신발은 나름 잔잔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재밌는 사실. 바로 우산이다. 다행히 우리가 머무는동안 첫날 잠깐 흩뿌린 비 외에는 햇빛 쨍쨍한 날이 계속되어서 우산을 쓸일도 새로 장만해서 가져간 우비 대용 바람막이 점퍼를 입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상점과 거리 곳곳엔 영국인들이 얼마나 우산에 신경쓰는지 엿보였다. '00년 우산장인'이라는 간판을 내건 우산전문점. 도시 곳곳의 상점과 기념품점에는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가득했다. 두번째 날 국립박물관에서 성급하게 하나 사버린게 조금 후회스러울 정도로 예쁘고 특이한 우산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무척 가벼웠다. 수시로 비가 내리는 런던의 날씨는 사람들이 속옷을 챙겨입듯 우산을 몸에 지니게 만들었을테니 가벼운건 필수일일하다.
한가지더! 어제 번화가 건물을 들렀다가 나오는 길 출구 옆에 우산렌탈 기계를 발견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게 조금 아쉽지만 동전이든 보증금을 넣고 우산을 빌려갔다가 다시 꽂아두는 기계같았다. 왜냐하면 런던 사람들은 큰 가방을 생각보다 선호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몸에 딱 붙는 스타일의 양복과 코트, 점퍼 그리고 두껍지않은 머플러를 둘렀다. 물론 구두는 늘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그들 누구도 손에 혹시나해서 우산을 들고다니지는 않았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런던 거리의 여성들의 특징은 색깔이었다. 핑크, 녹색, 연두 등등. 밝고 활기찬 색상을 포인트가 아닌 여러개를 깔맞춤하듯 자신있게 걸친 사람들이 많았다. 분명 그 색상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단 6일간의 여정이었지만 영국인들의 생활을 살짝 엿본 느낌은 일단 '좋다!'. 런던의 지하철, 튜브를 단 10초만에 지구상의 모든 인종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문화를 입고 말하고 풍기면서 자연스럽게 그 자체로 잘 조화되어 있다. 지하철 한칸에서 영국 영어, 중국어, 한국어, 라틴어, 일본어, 미국 영어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들려온다. 남자 혹은 여자 승무원의 다음역 안내방송과 섞여서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소리가 되었다.
"엄마. 우리 이제 영어로만 말하자!"
튜브 안에 앉아서 버릇처럼 내게 툭 던지는 아이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나는 바라보았다.
"그래,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