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지 Aug 12. 2023

중학생, 워킹맘 그리고 영국(6)

벌써 목요일

2023. 2. 9.(목) 20:39


영국에서의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고 있다.

매일 서너곳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밥을 먹고 그리고 숙소 복귀는 6~7시쯤. 그때쯤이면 다리도 아프고 온몸은 피곤함에 찌든 냄새가 날정도로 축 늘어져 있다. 따뜻한 샤워를 하고나면 그나마 좀 낫다. 그리고 8~9시면 취침이다. 한국보다 8시간 빨라진 시간덕분에. 잠드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9시가 되어버렸다. 지금 이 시간도 졸려서 눈을 비비며 글을 쓰고 있다.


오늘 하루는 트램과 버스 그리고 도보로 이동했다. 노란색 트램들이 꼬물꼬물대며 도시를 휘젖고 다니는 맨체스터. 그 근처를 2층 버스들이 또 열심히 혹은 느긋하게 달리는 곳이기도 하다. 1일권으로 트램과 버스를 무제한으로 타고 다닐수 있어서 건강하고 나이어린? 관광객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정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다시금 느꼈지만 여기 안내원들은 참 친절하다.(내가 얼마나 한국에서의 사람들의 불친절에 익숙해졌으면...조금은 씁쓸하다)멀리서도 일부러 걸어와서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을 잘못 들었던 우리에게. 어느 중년의 안내원이 보여준 행동이었다.


그리고 맨유 스타디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을때였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한번씩 앞뒤에서 싸이롄을 울리면서 지나갔다. 그때마다 버스기사는 비상 차량이 다 지나갈때까지 정지하고 기다려 주었다.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다시금 이 나라의 남다른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장면들 하나하나가 나는  물론 나와 함께한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 사람들의 배려와 친절.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는 너무도 소중한 것을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 아닐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나혼자만 생각해서는 결국 그 모든 피해가 내게로 되돌아온다는 걸 깨닫는 것. 타인에게 베푼 작은 친절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과거, 현재, 미래의 '나'에게 베푼 것과 같음을 알아가는 것. 그 과정에 우리 아이가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 여행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늘 보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이국땅의 다른 생활과 언어, 매너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과 상호작용으로. 분명 무언가 깨닫게 될 것이기에. 나는 이제야 이런 경험의 소중함을 깨달았는데 우리 아이는 아마도 더 일찍 그러지않을까 한다.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할수록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넓게 더 깊이 더 베풀면서 살아갈 수 있는것이 아닐까.


영국은 반려동물, 특히 개들과 기차역, 광장, 버스, 길거리, 공원 등을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며 친밀하거 살고있는 곳이다. 더 놀라운 건 이곳의 개들도 인간과의 그런 생활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점이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동물, 다양한 언어, 음식, 옷차림. 여기 영국은 꽤나 많은 종류의 다채로움이 흐르는 나라다.


반면에. 오늘 아침 호텔 조식을 먹으며 관찰한 맨체스터 시청 근처의 아침 출근길 거리 풍경은 유독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두세명씩 몰려다니는 문화가 남아있지만 이곳은 그냥 혼자가 너무도 편해 보이는 것이다. 앞자리 앉은 아이에게 여긴 유독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한국도 많다며 무심코 넘긴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한번 살펴봐야 할게 생겼다. 그렇다. 아무튼. 오늘 하루도. 우리 둘 나름 좀 잘 지낸것 같다. 그거면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학생, 워킹맘 그리고 영국(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