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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30. 2024

360도 회전카페

세상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1시간

"미리 좌석예약 후 주문 부탁드립니다!"

"좌석예약을 먼저하나요?"

"네, 이쪽에서 해주세요"


 토요일 점심시간즈음. 대부도 한가운데 우뚝 쏟은 타워카페가 하나 있다. 이번 1박 2일 짧은 여행의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차를 몰면서 도로 옆으로 스쳐가듯 힐끗 바라본 카페이름에 '360'이란 숫자를 우연히 봤다. 그 순간 섬을 떠나기 전에 한 번은 들러야겠다 마음먹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섬을 360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겠구나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날씨가 비바람에 황사까지 겹쳐서 카페든 어디든 전망 좋은 곳은 아예 포기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행히 밝은 햇살이 비춘다. 황사도 어제보다 많이 나아져서 꽤나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었다.


 대기번호를 받아 들고, 먹음직스러운 빵을 몇 개 골라서 쟁반에 담았다. 주문한 빵과 커피를 들고 타워카페로 올라가는 승강기 앞에서 대기했다. 승무원 2명이 그 앞에서 무전기를 통해 카페에다 대기번호 00번이 올라간다고 알렸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런 세심한 서비스가 곁들여진 것일까. 다소 부담스러운 커피가격(커피 한잔 7500원)에서 기대와 긴장의 중간 어디쯤의 기분으로 타워카페 입구에 발을 내디뎠다.


"안녕하세요!"

 4성급 이상 호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깔끔하게 다려진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뒤 종업원은 회전하면서 섬 전체를 조망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바닥이 아주 천천히 회전하는 것이다. 한 바퀴를 다 도는데 약 1시간이 걸린다. 놀라웠다. 한국에 그것도 가까운 대부도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타워형 카페를 해외 출장에서도 몇 번 가봤지만 여기처럼 테이블 바닥 전체가 돌아가는 곳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앉아있는 동안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닥은 딱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섬의 갯벌과 저 멀리 서해 바다 풍경이 잠시 눈앞에 펼쳐졌다. 잠시 후 도로를 사이로 상점들이 즐비한 시가지가 보였다. 그리고 파릇한 해송이 빽빽하게 우거진 야산과 해수가 가득 찬 논인지 밭인 지 헷갈리는 간척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쌉싸름한 커피와 달콤한 빵 그리고 천천히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입체적인 섬 풍경까지. 회전카페에서의 1시간은 내가 방문했던 그 어느 섬보다 생동감이 넘쳐났다. 처음에 다소 놀라웠던(?) 커피값이 조금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지구와 달 사이의 '밀당'(자전과 공전의 주기 차이)은 바다에서의 밀물과 썰물작용을 만들어낸다. 이는 다시 서해안의 이 작은 섬을 둘러싼 모든 공간에서 갯벌과 바닷길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바다와 갯벌의 이런 변화무쌍함이 일상인 이 공간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바다생물들. 그들이 '대부도'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이 회전카페 같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또 다른 색깔과 지형으로 치장한 갯벌과 바닷길. 그들에게 세상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렇게 360도 돌아가면서 다채로운 풍경을 척척 선물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무..라는 것 !


 매일매일이 변하기에 매일매일이 새로운. 변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이 만들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변화와 역동성이 가득한 세상. 지금 내게 대부도는 그런 섬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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