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워킹맘 그리고 영국(10)
힐튼런던 패딩턴에서
2023.2.12.(일) 08:42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점점 늦어지는 기상시간. 둘째날인가 새벽 4시에도 깼었는데 지금은 나도 아이도 7~8시까지 늦잠을 잘수 있을 정도로 시차에 많이 적응했다. 신기한게 런던하면 비를 빼놓을 수 없는데 우리가 머무는 기간동안 해가 쨍쨍한 날이 무려 9일이었다. 오늘도 아주 맑다는 일기예보에 다시금 런던날씨에 대한 나의 오해를 실감하고 있다. 낮에는 섭씨1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4도까지 떨저진다. 겨울옷을 입기엔 덥고 가을옷은 추운 그런 애매한 기온이다. 그럼에도 신나게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엔 딱 좋은 조건이다.
여행 출발전에 날씨에 대해 너무 걱정해서 우산과 비옷을 각각 2개씩 준비해 온 나를 탓하기엔 그동안 내가 들어온 '비오고 우울한 런던'에 대한 정보가 과하게 많았다. 여행 후반에는 예상보다 포근한 날씨때문에 가져온 두터운 외투를 입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침마다 고민했다. 결국 마지막날도 아이는 겨울 패딩을 입지않겠다고 '선언'했다. '아..가방에 넣을 곳도 없는데...'(또르르) 일단 맛난 조식을 먹고와서 징정리를 마무리해야겠다. 힐튼런던 패딩턴의 아침식사는 또 어떨지 궁금하다. 또 설렌다!
2023.2.14(화) 다시 집에서 맞이하는 아침
아침커피와 누룽지 한그릇 그리고 음악까지. 다시 집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거실 수족관 속 구피들이 10일동안 꽤 덩치가 커져 있었다. 아이는 시차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잤다며 지금다시 잠을 청하려 누워있다.
영국에서의 10일 여행은 나와 아이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집 반려식물들, 물고기들. 고양이에게는 제때 물과 밥을 챙겨주는 이가 없어서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이 글을 쓰다가 두번을 멈추고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려고 일어났다. 2월2일 목요일 아침의 일기를 다시 펼쳐보니 여행전의 긴장감과 설렘이 엄청 묻어난다. 언제 그랬냐싶다. 시간이 어쩌면 이리 빨리 지나가버렸을까.
문득 지난 영국에서의 10일은 상상속 지어낸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다행히 여행 중 틈틈히 사서 챙겨온 다양한 필기도구와 물건들이 내가 거길 진짜 다녀왔다는 증거로 남았다. 이런게 아니면 아마 내 기억에서도 영국이라는 나라는 점점 희미해져갈테니까. 현지에서 연필이며 엽서며 자그마한 소품들을 살때는 몰랐는데 막상 집에 도착해서 꺼내보니 가져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올라왔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몽땅 연필도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사온 것이다. 크고 짧지만 많이 '엔틱'해보여서 그 옆에 라임색 색연필과 같이 가져왔는데 이걸 쓰면서 당시의 신났던 감정까지 꾹꾹 담아 쓰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갑자기 거기서 보았던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People, Places, Objects"
사람, 장소 그리고 물건들. 이것이 바로 내가 사는 지역 그리고 시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이번 영국 여행에서 사람들을 여러 장소에서 만났고 또 물건들을 만지고 보고 가져올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챙겨왔다. 하나씩 챙겨보면서 영국에서의 기억을 경험을 내 인생에 일상에 새겨넣는 중이다. 너무도 여유롭고 친절하고 배려와 유머가 넘쳤던 영국 '사람들'을 못 데려온게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