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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Sep 08. 2019

스타트업 초기에 중요한 10가지

지난 5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요새 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업들을 시작하고 있기도 하고, 내가 만약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떤 게 중요할까(혹은 이번 사업에서 비교적 잘 됐던 것들은 어떤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래 10가지는 스타트업 초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0가지이다.



1. 작게 시작해서 독점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Peter Thiel과 Vinod Khosla 두 명의 책과 강연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보게 된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것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하라'는 제로투원의 핵심 메시지이다. 사업은 기존에 없었던 '참신함'과 고객 '니즈'의 교집합에서 시작한다. 대개는 둘 중에 하나만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참신하긴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서비스와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이지만 이미 경쟁이 치열한 경우. 좋은 기회는 특정 기술의 확장,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시장에 어떠한 형태로든 충격이 있어야만 주로 가능하다. 고인물처럼 거대한 시장에 오랫동안 혁신이 없었다면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2. 스피드 스피드 스피드

1번에서 내가 어떤 시장에서 어떤 문제, 비효율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서면 일단 시작하고 봐야 한다. 그리고 time to market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야 한다. 오랫동안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빨리하는 게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에서 100의 완성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할 때, 대개의 경우 iteration을 거쳐서 50, 75, 88, 95와 같이 마치 반감기처럼 완성도가 쌓여가기 마련이다. 한 번에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노력해봤자 시장의 검증 없이 혼자서 고민을 지속한다면 첫 제품이 50보다 조금 더 나은 60, 70의 완성도를 보일 뿐이다. 빨리 안 할 이유가 없다.


3. 팀 빌딩

내가 누구와 사업을 할지는 가장 어렵고도,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와 같은 무게감을 갖는 질문이라고 본다. 5년, 10년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싸우고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 외에는 나와 다른 장점(기질부터 스킬 셋까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수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케미가 잘 맞는 사람들이 모일수록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4. 자본 (규모 있는 자본과 스마트한 팀이 만날 때)

스타트업은 너무도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적게는 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정도의 자본금을 갖고 시작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건 확률적으로 정말 어렵다고 본다. 창업자들의 절박함을 볼 때 입시경쟁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다. 그것도 10%, 5%에 들어도 똑같이 실패일 뿐이고 0.1%에 들어가야만 성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니. 근데 가령 처음부터 10억 원 이상이 필요한 비즈니스를 한다면 운이 좋게도 한번 걸러진 상태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 돈이 많았던 사람/회사는 게으르고 멍청할 확률이 높다(특별히 노력을 안 해도 배가 부르니까 당연한 얘기). 그리고 자본금이 크면 더 폭넓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 스페이스X에 뛰어든 것처럼. 10억 이상의 돈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다른 질문


5. 결핍

위와 상반되는 얘기 같지만 독립적인 얘기이다. 로켓사업에 뛰어들면 1,000억 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 되는 것처럼 돈의 절대적인 규모를 떠나서 모든 게 너무나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 혁신은 결핍에서 나오는 법이고, 소위 돈지X해서 잘 된 회사를 본 적이 없다. 마진은 독점력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독점력이 Commodity인 돈에서 나올 리가 없다. 개고생 하면서 흘리는 땀과 눈물이 혁신으로 승화되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


6. 장기적 관점 (소프트뱅크, 아마존처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근본적인 패러다임 시프트가 있는 영역에 도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소프트뱅크가 PC 시대에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본 것처럼, 아마존이 리테일에서 이커머스의 비전을 본 것처럼, 최소 10년 이상은 바라봐야 한다. 1년 뒤를 예측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것보다 10년 뒤를 예측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더 단순하고 명확할 수 있다. 확실히 그 미래가 오기만 한다면


7. 비즈니스 모델

수익성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 맞는 결정이 된 경우가 많았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고객이 지불하는 돈이 가장 정직하고도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말로는 서비스가 좋다고 극찬을 해도 불만족했다면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조용히 쓰는 사람이라도 만족하면 계속해서 찾기 마련이다. 거래액, 방문자수 등의 지표들도 유의미한 부분이 있겠지만 흑자전환이 요원하기만 하다면 충분히 혁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8. 전문가들의 무지를 무시

혁신은 항상 산업의 변방에서 시작된다. 업계의 전문가가 그 업을 혁신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나의 관점에 확신이 있다면 전문가가 안된다고 할 때 오히려 쾌재를 불러야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업계의 legacy를 그대로 답습하고 이를 더 발전시킨 경우가 대부분일 뿐이다. 정작 귀담아 들어야 할 0 to 1 moment를 경험한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그들을 만나 의견을 들을 확률은 매우 낮다.


9. 초기 채용의 중요성

예상대로 초기에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다면 초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조만간 중간관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지식/경험들이 회사에 빠르게 쌓여가는데, 그걸 키맨들이 쌓아가고 시스템화하고 더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을 시키기 위해 채용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키맨을 확보해 나간다면(물론 초기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10. 문제 해결 능력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함'이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시장의 문제/비효율을 해결하는 것이고, 수많은 이슈들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응 방식이 그 회사의 실행력이자 문제 해결 능력이 되는 셈이다. 


때로는 말만 하기보다는 일단 뭐라도 하고 보는 실행력일 수도

때로는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답을 찾아가는 논리력일 수도

때로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는 상상력과 창의력일 수도

때로는 우호적이지 않은 누군가를 구워삶는 설득력과 협상력일 수도

때로는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관찰력일 수도

때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몸빵 하는 정신력일 수도


결과적으로는 이슈를 줄이고, 일이 되게 만드는 그런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일이라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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