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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Sep 22. 2019

WeWork의 IPO 연기와 개인적 해석

명과 암이 있는데 아무도 명을 잘 모르고 암을 갖고 논다

위워크가 당초 2019년 9월을 타겟으로 IPO를 추진하였으나, 썰렁한 로드쇼 반응으로 일단 연기한 상태이고 언론에서는 '이때다'하며 조리돌림을 하는 중이다. 물론 대규모 적자, Valuation 대폭 축소 및 CEO 리스크까지 빌미를 제공한 위워크에게 1차 잘못이 있지만, 별 논리도 없이 이렇게 저렇게 일단 까고 보는 언론 기사가 대부분이긴 하다. 이 역시 디테일한 내용(대표적으로 국가별/지점별 손익)을 밝히지 못하는 않은 위워크에게 1차 잘못이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이럴 줄 알았다' 정신 승리하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10~20조 원의 가치는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한번 정리해봐야겠다고 느꼈다. 동종업계에 있으면서 상당 부분 추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바탕으로 명과 암을 짚어 본다.



1. 대규모 손실의 이유

실적은 2016년부터 거의 매해 버는 만큼 까먹고 있다. 2016년 400M, 2017년 900M, 2018년 1.8B, 올해 3.2~3.3B까지 거의 '매출 = 영업손실'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2016년과 2019년은 완전히 다른 스토리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주요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A. 신규 지점 오픈에 따른 비경상 초기 비용 & 지점 안정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손실(위워크는 안정화 기간을 24개월로 보고 있는데, 약간 긴 것 같지만 여하튼)

B. 빠른 성장, 시스템 업그레이드, 글로벌 진출 등을 위한 HQ 비용의 증가

C. 공실비용(공실률 & 할인율 - 할인을 많이 하면 공실률이 줄기 때문에 같이 봐야 한다)


비공식적인 추정으로는 2016년의 손실이 상당 부분 A로 인한 거였다면, 최근에는 B & C로 인한 손실이 커졌다는 점에서 분명 Warning Sign이 뜬 상태이다. 2017년 소프트뱅크에서 4.4B 규모로 처음 투자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미국/유럽에서의 실적이 탄탄하기도 했고, 이 상태에서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고, 당시 Enterprise(직원 규모 1,000명 이상의 법인) 고객 비중이 증가하는 흐름이어서 여러모로 호재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들이 2018년, 2019년에 걸쳐 애매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아시아 시장에서의 실패가 크다. 나름대로 상상을 해보자면 비교적 초기에 진출한 런던, 암스테르담 및 텔 아비브(Adam의 고향)에서 유사한 성과, 지점에 따라서는 북미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면서 해외진출에 자신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화권이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로컬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실패하면서 아시아 쪽 법인의 손실폭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 주력으로 밀었던 Enterprise 쪽 시장이 Growth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익성에는 마이너스가 되었다.


위와 같은 스토리라면 IPO 이후에 수익성 위주로 체질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손익이 안 좋은 지역은 폐쇄하거나 매각하고, 수익성이 낮은 신사업은 얼른 접고, 검증된 북미/유럽지역에서의 본업에 집중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Valuation 조정에 대하여

비상장 시장 Valuation의 속성을 고려하면 좀 과도하게 욕먹는 감이 있다. 비상장 회사의 Valuation은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와 합의된 가격이 아닌 그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사람들끼리 합의된 가격이다. 애당초 50조 원의 Valuation이라는 게 위워크 주주와 소프트뱅크가 합의한 가격이고, 아마 손정의 회장은 위워크가 장기적으로 잘 되면 100조 원 이상의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물론 1번과 같은 실패로 인해서 미래가치가 훼손되어 IPO 데뷔에서 Valuation을 조정했다는 건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 하지만, 비상장 회사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믿고 베팅한 스타트업, 투자회사의 실패(정확히는 아직 완전히 패를 깐 것도 아니고 실패라고 보기에도 좀 그렇다)에 대해서 마치 주식투자의 단순 손실을 보듯이 일단 까고 보는 건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걸 이해하고 응원할 정도로 시장이 똑똑하다면 비상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에 따른 사업기회도 사라지겠지만. 거기에 이번 위워크(적자기업에 테크스타트업도 아닌데 Valuation을 너무 인정받는다!!)와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머니게임으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각자 다른 의미에서 시샘과 미움을 산 부분이 있어서 더 욕먹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3. 비즈니스 모델: 혁신 vs 폰지스킴

동종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bias도 있겠지만 공유오피스를 둘러싼 전반적인 현상에는 분명히 알맹이가 있다. 전통적인 오피스를 사용하다가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한번 공유오피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전통적인 오피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면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은 매우 밝다. 뿐만 아니라 경제 저성장 시대에, 부동산 시장 전체를 뒤집을 만한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좋은 의미에서의 다이너마이트와도 같은 산업이다. 이익의 규모는 독점력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겠지만, 비즈니스를 잘하기만 한다면 환상적인 실적도 가능한 충분히 큰 산업이기도 하다.


위워크를 포함하여 공유경제 자체가 매도당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런 시장의 오해는 플레이어에겐 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유오피스가 폰지스킴 혹은 Risky한 비즈니스라고 매도하는 언론의 근거를 보면 정말 빈약하다. WSJ 조차도 '장기계약과 단기계약의 Unmatch'가 큰 Risk라고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라는 생각이 든다. 공유오피스 업체가 건물주와 10년, 15년 장기계약을 하는데 고객들은 1~2년 단기계약을 하는 게 Risk라고 하는데, 1~2년 이용하고 퇴주하는 경우에 대체할 수 있는 고객들이 이미 시장에 넘치고 넘치는데 말이다. 그 외에도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이나 스타트업 버블 등 뜬구름 잡는 얘기 거나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으로 보인다.


4. 위워크는 테크회사?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시장에서 혁신(별 거 아닌 거처럼 보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의 자유)을 통해 Hypergrowth를 만들었다는 점이나, 위워크에 출자한 투자자들을 보면 외형적으로 실리콘밸리 테크회사와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다. 그러나 테크회사라고 부른기엔 테크 혹은 SW의 비중이 좀 낮고, 그 결과 확장성/Locality에 취약한 면을 갖고 있다. 손익구조는 테크회사보다는 전통적인 산업과 좀 더 높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5. CEO 리스크

이 부분은 앞으로 문제가 더 터질 듯한 느낌이 든다. IPO 준비 과정에서 밝혀진 Adam의 기행 외에도 그전부터 무용담들을 들어왔다. 대낮 미팅에서 위스키를 들고 와서 술을 마시면서 진행한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듣기도 했다. 단적으로 에어비앤비의 경우 코리아의 직원들조차도 Brian Chesky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미담을 얘기하는 반면 Adam의 경우 Moral Hazard 이슈의 중심에서 이따금씩 언급된다. 스타트업에서 Visionary 창업자가 전문 경영인으로 대체되고 성장 동력을 잃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위워크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건 역시 믿을 건 고객가치와 실적뿐이라는 것이다. 성공이 증명되는 과정에 있어서 수많은 비전문가들의 비평과 조롱, 대중의 시샘이 도처에 깔려있기 마련이다. 창업가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과 자본시장의 무모해 보이는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때도 많지만, 잘 되는 경우 역사를 바꾸듯이 묵묵히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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