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Oct 04. 2020

경영과 관련된 몇 가지 생각들

6년 차의 중간 메모

긴 연휴를 보내면서, 최근에 경영과 관련하여 메모했던 몇 가지 생각들을 한번 쭉 정리해본다.


1.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이다. 철학과 교수가 쓴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라는 책을 우연히 리디셀렉트에서 읽게 되었는데, 어려운 철학용어가 아닌 정말 쉽게 풀어쓴 책이라 휙휙 넘기며 읽기 좋음에도 내용이 심오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은 불행하고, 00만 있으면, 00만 해결되면 이라는 전제를 달며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건 신기루 같은 것이다. 삶이라는 건 운명을 받아들이고, 욕망의 전쟁터에서 하루하루 강해지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위기와 어려움은 운명처럼 항상 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성취가 진정한 존재의 의미인 것이다. 내 삶은, 우리 회사는 왜 이렇게 고달플까라는 루저의 마인드가 아닌 좀 더 진취적인 초인이 될 필요가 있다.


2. 대표가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한다

최근에 전반적인 회사 규모가 우리 회사보다 '0'이 하나씩 더 붙은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님과 티타임을 갖게 되었는데, 사람이 무슨 바위처럼 느껴졌다. 투박하지만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졌고, 대화하면서 많은 통찰이 느껴졌다. 이런 대표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스탠다드가 낮을 수가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대표가 열심히 일하면 의사결정/실행의 속도와 퀄리티가 몇 배로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테고,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탠다드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영자라면 숙명이라 생각하고 혼을 쏟아야 한다.


3. 마케팅

디지털마케팅과 거리가 멀었던 부동산 업계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서 최근 몇 년간 재미를 많이 봤지만, 이제는 다음 phase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머신러닝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의 컨텐츠에 누가 관심 있을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찾아주니, 이제는 상품/서비스가 잠재고객에게 충분히 가치를 주고 있는지, 어떤 가치에 고객들이 반응하는지, 잠재고객이 어떤 경로를 통해 engagement/lead로 연결되고 있는지, 그 여정에 약한 링크는 없는지 하나씩 점검해보고 이전보다 나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4. 세일즈

세일즈도 마지막 1%를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스탠다드가 필요하다. 유명한 세일즈 강사가 했던 말 중에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추천하는 좋아 보이는 물건을 구매한다'는 구절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성의 탈을 쓴 감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마비되면 의사결정을 잘 못 내린다는 말 등을 종합해볼 때 세일즈 설득의 순간에는 분명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어, 상대방의 기분을 티 나지 않게 좋게 만드는 게 세일즈맨십의 핵심이 아닐까.


5. 위임 vs 마이크로매니징

회사가 커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임과 마이크로매니징이란 단어가 많이 들리게 된다. 대개 위임은 좋은 것처럼 들리고, 마이크로매니징은 나쁜 것처럼 들리지만 언제/어떤 상황을 위임이라 부르고, 마이크로매니징이라 부르는지 모호하기 때문에 스스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게 어떤 쪽인지를 기준으로 본다면, 기대 input/output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되어있고(초격차 참고) 실무진이 리더보다 더 높은 전문성/역량과 모티베이션을 갖고 있을수록 위임하는 게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input/output에 대한 인식/스탠다드도 다르고 실무진이 무능하거나 모티베이션이 낮을수록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거나 인력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6. 경영자, 리더의 역할

경영자는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모든 경영자가 완벽할 수는 없고 장단점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 덕목과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 열정: 열정은 아래로 흐른다. 경영자는 스스로 열정을 가져야 한다.

- 스탠다드: 스탠다드는 주관의 영역이지만, 경영자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가장 먼저 던지는 사람이다. 물론 불가능해 보이는 걸 던지기만 하고 제대로 안되면 지지를 잃겠지만, 그게 한 두 개씩 되고 나면 잡스/머스크처럼 현실 왜곡장이란 찬사를 받게 된다

- Learning Machine: 경영자는 지식 습득이 빨라야 한다. 회계장부를 직접 쓸 줄은 몰라도, 회계 수치를 이해하는 것처럼 핵심이 되는 분야에 있어서는 적어도 질문과 답변을 통해 우리가 어디쯤 와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는 먼저 알 수 있어야 한다


7. 공감능력 & 소시오패스

경영자로서 때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상반된 역량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을 꿈꾸면서도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야 하고, 대의적인 야망을 가지면서도 치졸한 경쟁심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있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면서도, 때로는 소시오패스 정도로 합리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쏠리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on/off를 잘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