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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01. 2021

크래프톤 웨이

PUBG의 탄생까지 인고의 세월에 대한 기록

크래프톤이 상장을 진행 중이고, PUBG의 엄청난 성공과 함께 기업가치가 20조 원에서 30조 원까지 언급되고 있다. 모두가 크래프톤의 성공에 주목할 때 정작 블루홀/크래프톤의 역사를 담은 '크래프톤 웨이'는 99%가 처절한 실패에 대한 얘기다. 이미 결론을 아는 상태에서 'PUBG' 얘기는 언제 나오나 하면서 봤는데 결국 가장 마지막 챕터에 나온다.


PUBG. 크래프톤을 단숨에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회사로 만들었다. 컨텐츠의 한방이란...


공동 창업자들에게 빙의해서 책을 읽다 보니,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의 설렘부터 시작해서 법인을 설립하자마자 시작된 소송과 이후로 끊임없는 좌절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책을 읽는 나조차도 다소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물며 이를 온전히 겪어낸 분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 책이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공개모집 과정을 통해 이기문 기자가 집요하게 자료와 인터뷰를 수집해서 책을 썼다는 점인데, 중간중간 실제 내부 이메일을 많이 인용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상황들이 아주 잘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크래프톤 10년의 역사를 관찰하듯 지켜보면서 내가 느꼈던 흥미로운 부분들, 레슨들을 정리해본다.



1. 혁신은 언제나 시스템의 Core가 아닌 Edge에서 시작된다

'MMORPG의 명가'라는 비전을 갖고 시작하였으나 정작 MMORPG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빠르게 성장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으로의 피벗팅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정작 당시에 매니악하다고 대표 포함 여러 사람이 반대했던 배틀로얄 게임에서 초대박을 만들게 되었다. 막연히 '내부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출시 직전까지도 내부는 물론 국내 코어게이머 5명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누구도 큰 성공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비전을 가진 리더와 이를 따르는 소수의 팀원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성공에 이르게 되었다.


2.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성공한다

성공할 때까지 버틴 건지, 버텨서 성공한 건지는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크래프톤의 역사를 보면 정말 버티고, 버텼다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테라의 실패 이후로 글로벌 시장을 뛰어다니며 수습을 했던 장병규 의장도 번아웃이 온 뒤 김강석 대표에게 회사 매각을 제안하기도 하고, 이후로 3년을 더 버틴 김강석 대표조차도 포기하고 싶다는 순간이 오고, 반복되는 자금 부족. 그렇게 10년을 버티고 제작기간 1년이 걸렸던 PUBG가 마침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3. 사업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다

마지막 장병규 의장의 에필로그를 보면 '만약 2007년에 지금의 지혜가 있었다면 블루홀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초반 내용을 보면 네오위즈와 첫눈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치고, 심심할 때까지 놀다가 MMORPG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훌륭한 제작 팀을 만나 'MMORPG의 명가'라는 비전을 갖고 창업을 한 셈이다. 사업이란 게 화려한 꿈을 갖고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처절할 정도로 버티고, 수습하다 운과 결합하여 성공을 만든다는 점은 많은 성공 스토리에서 반복되는 요소이다.


4. 컨텐츠 회사 경영자-제작자의 딜레마

게임회사에 대한 스토리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경영자와 제작자/PD의 갈등은 지속된다. 경영자들은 초반에는 '우리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니 위임하겠다'라고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뒤늦게 '너무 위임했다'라고 후회하거나, 프로젝트 중간에 진행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한편 제작자들은 '경영자들이 게임에 대해 모르고 간섭한다'라고 생각하고,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평행선을 달린다. 경영자들은 성공이 좀 더 예측되길 바라고, 제작자들은 아이러니하게 자기만의 세상에 살 정도로 곤조가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흥행산업은 말 그대로 흥행하면 초대박 이지만, 그게 언제 어떻게 터질지 경영자와 제작자조차도 알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5. 운은 빼놓을 수 없다

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준비된 성공인지 구분을 떠나서 정말 '운'이라는 건 성공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걸 이번에도 느낀다. 개인적으로 원래 알았던 스토리들이 있기도 했고, 책을 읽으면서도 '만약에'라는 가정을 여러 번 던지게 된다. 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개개인에게도 적용되어 실제 등장인물들의 희비가 지금쯤 엄청나게 갈려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숱한 위기를 벗어나고 기회를 살리는 데 있어서 장병규 의장이 가진 경영능력, 인적/금전적 자원, 주변 인재들이 '운'을 끌어왔다는 점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업은 참 잔인하면서도 정직하다. 아무리 오래 버텨도 그냥 실패자로 끝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마지막 한 순간을 더 버텨내서 성공으로 운명이 갈린다는 점에서 잔인하고, 아무리 화려한 성과를 자랑해도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 그냥 한 순간에 실패하고, 치열하게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결국 성공하고 결과로 얘기한다는 점에서 정직하다. 크래프톤 웨이는 그 잔인하면서도 정직한 사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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