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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내 Dec 05. 2023

키운 무로 짠지 무말랭이 시래기

겨우내 찬바람 맞으며 맛있어질 시래기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곡성에서 핸내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24번째 메일 '나로 살기로 핸내(나살핸)'


시작하며

구독자 여러분, 추적추적 비 내리는 월요일 아침을 보내고, 메일을 쓰고 있어요. (바야흐로 11월 27일 월요일에 쓰기 시작한 메일..^^) 원래 지금쯤 김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비가 와서 쉬게 되었어요. 덕분에 여유로운 오전을 즐기고 있네요. 지난주에 무를 수확했어요. 하루 종일 무를 보고 만지고 썰던 날이 기억에 남아 이야기해 보려 해요. 또 만나서 반가워요! ^o^






무 뽑던 날의 풍경

11월 23일 목요일, 드디어 무를 수확했어요. 지난 글에서 부직포로 무 덮어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제 무가 어느 정도 자라 수확할 시기가 되었어요. 영하의 기온이 반복되어 더 이상 무를 가만둘 수 없었어요. 이날의 과업은 무를 뽑고, 시래기 할 무청을 손질해서 삶아 널어주는 것이었어요. 무를 뽑기 전, 잠시 논에 들러 썰어진 볏짚을 논 전체에 흩트려주었어요. 볏짚을 논에 되돌려주어, 유기물이 풍부하고 건강한 땅이 되도록 돕는 것이에요. 논일을 끝내고 밭으로 향했어요.


바야흐로 3개월 전, 8월 31일에 무를 심었어요. 씨앗을 심을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대체 얼마나 심어야 하는가?'예요. 씨앗 하나를 심었을 때 얼마만큼을 거둬들일 수 있는지, 요리에 얼만큼 사용되는지 아직 감이 잘 안 와요. 무작정 많이 심었다가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에, 이웃들이 심는 양을 참고해요. 저는 무를 좋아하는 농부(*자자공 동기 별칭이에요!)를 따라 적지 않은 양을 심었어요. 농부가 심는 양, 간격을 참고하여 씨앗을 뿌렸죠.

잘 자라라고 오줌액비도 주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엔 부직포로 덮어주었어요. 덕분에 파릇파릇 큼직하게 잘 자랐어요. 사실 저의 기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어요. 오가며 들여다보기도 했다만, '흙에서 잘 자라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저 기다린 시간이 더 많아요. 건강한 흙과 씨앗의 생명력을 믿으면서요.(*오줌액비: 오줌을 담아둔 통의 뚜껑을 닫아 산소를 차단하고, 시간이 지나 발효되면 액체 비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질소 가득!)


트럭에 수레와 포댓자루, 칼을 실어 밭으로 갔어요. 무의 잎과 줄기(무청)를 잡아 힘껏 뽑았어요. 잘 뽑히지 않아서 무청을 잡고 흙 속의 무를 몇 번 움직여준 후에 뽑았어요. 무를 한가득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칼을 이용해 무청을 분리해 주었어요. 무청은 말려서 시래기를 할 거예요. 수확한 무를 잔뜩 실어 꿈엔들로 가져갔어요. 거대한 솥에 물을 끓여 무청 삶을 준비를 했어요. 물을 끓이는 동안 처마에 줄을 묶어 건조할 공간도 마련했고요. 양이 많아 3번에 걸쳐 삶고 널었어요. 빨간 지붕 아래 시래기와 장작이 함께 놓여있는 모습. 그 풍경이 새삼 겨울의 시골 풍경 같아 마음이 포근해졌어요. 오전이 다 흐르고, 이때쯤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마을 무 뽑는 날, 다섯 집이나 이 솥에 무청을 삶아 갔다. 오가는 이웃들이 반가웠다.
10일 전쯤 널어둔 시래기(위)와 이날 널어둔 것(아래)

점심 외식 후 돌아와, 겨우내 먹을 무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주었어요.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싼 무를 비닐 안에 넣어 묶고, 박스에 넣어주었어요. 진짜 끝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짠지를 만들게 됐어요. 짠지를 아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요. 무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래요. 검색해 보니 "우리가 먹는 김치류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 김치류 중 역사가 가장 길다."고 나와 있더라고요.(*출처: 네이버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겨울에 담아두면 이듬해에 먹을 수 있어요. 김밥 속 재료나 냉면 고명, 무침으로 활용해 먹을 수 있대요. 요리왕^^ 진숙을 따라 저도 만들기로 했어요. 우선 무를 깨끗이 씻고요. 큰 대야에 담아 수돗가에서 수세미로 박박 씻어주었어요. 짠지 만드는 시간 중 거의 대부분은 무를 씻는 시간이었어요. 씻어도 씻어도 남아있던 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을 거친 후, 드디어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스텐볼에 소금을 붓고, 무를 넣어 골고루 소금을 묻혀요. 보관할 통에 무를 통째로 최대한 빈틈없이 넣어줘요.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중간중간 소금에 삭힌 고추도 넣어주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소금을 통에 부어주어요. 드디어 끝~

작은 무와 수확 시기 지난 알타리무로 짠지 만들기
짜잔 짠지예요

끝이 아니었어요.. 다음날 아침, 전날 씻어둔 무를 1cm 두께로 썰어 무말랭이를 해주었어요. 오전엔 이웃과 대화 나누며, 밤엔 영화를 보며 무말랭이 할 무를 다 썰었어요. 온실에 갑바와 나락망을 깔아 그 위에 펼쳐놓았어요. 진짜 끝!! 무말랭이는 집에서 프라이팬에 덕거나 장에 가서 뻥튀기 기계에 튀기면, 차로 마시거나 채수로 활용하기 편하대요. 쌈무, 단무지, 짠지, 무나물, 뭇국, 무전, 무말랭이 무침, 무차, 깍두기, 무피클, 동치미, 무조림, 무생채. 다양한 요리 중 과연 어떤 것들을 해먹어 볼란지!

무 말리는 중! 잘 말라 무말랭이가 되어주렴



도시와 시골의 차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

11월 26일 일요일, 항꾸네협동조합 조합원의 날이었어요.(*항꾸네협동조합에서 청년자자공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모여 조합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요. 마을도서관 책담에서 모였는데요. 오랜만에 보는 이웃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유일한 직장인,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웃이에요.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았어요. "(핸내)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시골에 왔는데요. 이곳에서도 풀타임 근무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면 도시에서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요??"라고 질문했어요.


*이웃의 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문장이에요.

"(이웃)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인력이 넘쳐나는 도시에 반해 시골은 사람이 귀하잖아요. 직원을 그저 대체 가능한 인간으로 납작하게 바라보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함께 도우며 협력하고자 해요.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요. 물론 애로사항도 있어요. 구조적으로 역량이 출중한 사람들이 시골에 많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도시와 역량 차이가 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점차 방법을 찾아적응해갔어요. 마음가짐의 전환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바꿀 수 없는 조건은 받아들이게 되었고, 서로 돕고 협력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의 특성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골의 모든 일자리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어쨌거나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아, 참고로 이웃은 사회복지사 중간관리자 위치에 있어요. 이외에도 곡성 지역 내 노인복지 현장에 관해서도 짧게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다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현장 얘기 듣는 것이 재밌네요. 유일한 직장인 이웃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날 월요일 출근을 위해..! 새삼 농촌에서 농부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어요.






마무리하며

지난주 월요일에 썼던 글을 오늘 마무리하여 보내네요. 아주 잠깐의 시간을 들여 마무리하면 되었는데 말이죠. 차분하고 잔잔하게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네요. 농한기인 요즘, 시골에서 노느라 바빴나 봐요~ 아참, 일박이일 김장도 했고요. 다음 메일에서는 김장과 집 계약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모두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굿밤!



사진으로 남기는 일상

밤에 영화 보며 무말랭이 할 무 썰기 / 아빠가 사진 보고 무 작다고 하는데 사진이 그런 거야
이틀 간 전통시장 홍보 알바 / 초등학교 행사 가서 맛탕과 수세미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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