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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 Aug 07. 2020

나물 삶는 냄새와 매미

이방인의 감각  

코비드 19 격리생활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이 시간을 살아내며, 그나마 웃을 소일거리들을 찾아내는 수밖에...


얼마 전 시부모님들과 김상용의 시를 읽었었는데,

그 유명한 구절,

"왜 사냐건 웃지요"라도 상기하는 수밖에...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는 건,

샤워를 마친 나의 몸이 가장 먼저 알게 된다.

수증기를 담뿍 만들어내는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

따스한 물줄기가 온몸을 적실 때,

갑작스레 기분 좋은 포근함이 전신으로 퍼져가고,

젖은 몸을 수건으로 감싸기 전

공기와 만나 알싸하게 솟아오르는 피부 위의 자그마한 소름들...

그럼, 이제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올 징조인 거다.


고향이 유난히 그립고, 속이 부대끼면 곤드레밥을 짓는다.

어젯밤에 미리 불려놓은 곤드레 나물을 냄비 한 가득 담아 삶는다.

부엌 뒷문의 테라스에 앉아 하늘 위 구름을 보면,

삶아져 가는 곤드레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고,

과거 한국에서의 추억이, 어린 시절의 감정들이 소환된다.

그런 냄새들이 있다.

뇌세포 어딘가에 냄새와 함께 저장되어 있던 기억들을 깨우는...



갑작스레 매미들이 운다.

몇 년 전 여름, 엄마와 마루 위에 누워 화사한 매미소리를 들었었다.

늙은 엄마는 매미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짧은 여름 한 달 동안 저렇게 목청껏 쉼 없이 소리를 내는데,  

사실은 몇 년 동안이나 어두운 땅 속에 살다가,

나무 위에 천천히 기어올라 저렇게 소리를 내고 죽는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었다.

늙은 엄마와, 늙어가는 나와, 또 늙어가는 매미들...


남편에게 말했다.

여기 매미들은 한국 매미들과 소리가 다른 거 같다고...


암만 영어를 해도, 영어에 배어있는 나의 한국어 액센트처럼...


나의 감정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남편은 한국 매미 소리라며,

우스운 매미소리를 내었다.

맴맴맴맴 매미이~~~ 맴맴맴맴 매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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