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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 Jul 15. 2020

정치의 장으로서의 장례식장

그리고 유사한 사례들을 성찰하며...

"다이나믹 코리아!"

정신없이 변화하는 한국사회를 반쯤은 농을 섞어 표현하는 화법, 다이나믹 코리아. 


최근 안 모씨 모친상에 문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과 정치인들의 참여가 적절한 것이였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그 사이 너무도 큰 사건이 정신없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시시비비가 다시 한번 온라인을 달구면서 안씨의 모친상 논란은 마치 먼 옛날에 일어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52640.html)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통령과 유명한 정치인들이 차라리 그들의 직급을 언급하지 않고 사비로 화환만을 보내거나 했으면 좋으련만... 어쩃든, 장례식장에서의 정치행위가, 인간적(?) 혹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조문행위와 무자르듯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릴때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로부터 공자왈 맹자왈 들었던 기억이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게다가 유교텍스트와 여성주의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논란과 관련해 맹자가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정치행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떠오른다. 


공행자가 자기 아들의 상을 당해,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여하게 되는데, 당시 우사라는 아주 높은 지위의 사람도 그 장례식에 오게 된다. 우사의 높은 지위 때문에 장례식에 모인 이들이 예외없이 우사에게 다가가 말을 섞는데, 오직 맹자만이 우사를 피하고 대화하지 않았다. 열(?)받은 우사는 맹자가 본인을 얕잡아보아 대화하지 않은 것라고 생각했다. 이를 전해들은 맹자는 자리까지 넘나들며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장례식장에서의 예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그것을 오해한 우사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다는...
<이루장구 하편>


그러니까, 그 당시에도 권력가와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장례식에서 나름 정치행위를 한 것인데,  맹자는 장례식에 왔으면 죽은 이를 위해 추모에나 전념할 것이지 쓸데없이 인맥쌓기나하는 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본 듯하다. 


맹자의 해석을 따르자면, 안씨 모친상에서 유력 정치인들은 예를 차리기보다 정치를 하는 무례를 범한 것이라고 봐도 타당할 것 같다. 그렇기에 "예" (혹은 정치적 올바름? 인본주의? 등등으로 해석해도 될듯) 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SNS에 그토록 열변을 토하며 시비를 가린 것이겠다. 


사실, 권력을 욕망하는 것은 직업적 정치인들만이 아니기에 이와 유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지 않을까싶다. 예전에, 토론토에서 열리는 한 발표회에 (소심한) 청중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발표자는 먼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온 학자였고, 주 청중들은 인문사회과학 교수들과 그런 학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이었다. 


발표가 끝나자, 사람들은 발표자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청중의 한 사람으로 온 아주 영향력 있는 한 교수를 향해 맹렬하게 전진들을 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 교수와 이야기를 섞고 싶어 안달하며, 결국 줄까지 길게 서는 희귀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반면, 발표를 마친 학자는 뻘쭘하니 한쪽에 서서 물을 들이키고 있었고, 그에게 다가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심한 나는 이 광경을 구경하며 신기해하고 있었고, 내 친구는 그 발표자가 소외당하는 거 같다며 그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맹자의 사례로 풀어보자면, 멀리서 온 발표자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썰을 풀었으니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는 것이 예에 맞을 것이다. 게다가 주최측이라면 의도적으로라도 당연히 해야하는 행위 아닐까? 하지만, 너도나도 앞다투어, 청중으로 온 한 권력있는 있는 교수에게 얼굴 한번 더 찍고자 하는 정치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물론, 사회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을 평면적으로만 볼수는 없다. 사람들은 어느 공간에서건 권력을 욕망하며 정치행위를 한다


그렇기에, 안씨 모친 장례식에서의 정치행위를 (혹자는 남자사람들의 가부장적 정치행위라 하기도 했다) 두둔하거나 그들의 "예" 없음을 비판만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이 사건을 통해, 과연 (나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시적이던 미시적이던 그 권력에의 욕망을 성찰하며, 뭣이 중한디(?)를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는 정말 그 누구던 개의치 않고 평등하게, 내 앞에 서 있는 낯선 이조차 존중하며 살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예민한 성찰과 깨어있음이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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