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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영 Dec 20. 2024

63. 나중의 잉태

우연과 노력 사이

63.

나중의 잉태-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작품과 업적에 도달한 사람들은 보통 그 작품과 업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잉태해간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산물이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라도 입증하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52)    



우리는 종종 예술가나 과학자들의 놀라운 성과에 감탄하며, 그들의 재능을 타고난 천재성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특히, 어떤 과정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얻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예술 작품을 완성하거나,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들은 더욱 주목받는다. 마치 우연히 발견한 보물처럼, 그들의 성공은 더욱 신비롭고 경이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연한 성공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바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성장을 향한 열망이다. 어떤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창적인 문체를 개발하고, 어떤 과학자는 실수를 통해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연한 발견은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희미한 불빛을 발견한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불빛을 따라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탐구가 필요하다.


니체는 이러한 현상을 ‘나중의 잉태’라고 표현한다. 즉, 우연히 얻은 성공을 마치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처럼 만들려는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재능을 발견하거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을 때, 마치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과 계획의 결과라고 믿고 싶어 한다. 이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모든 창조적인 활동은 우연과 필연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우연한 기회가 없었다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없었겠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그 기회를 포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우연한 발견에만 주목하기보다는, 그들이 이루어낸 성과 뒤에 숨겨진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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