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78.
징벌과 보답 ㅡ아무도 징벌과 복수를 가하려는 저의가 없이는 고소하지는 않는다. ㅡ자신의 운명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고소할 때조차도 그러하다. -모든 비탄은 고소이며 모든 기쁨은 칭찬이다 : 전자를 행하든 후자를 행하든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58)
우리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마치 법정에서 누군가를 고소하듯,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이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뿐만 아니라, 행복한 일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시험에 떨어졌을 때 우리는 "선생님이 너무 어렵게 냈다", "시험 문제가 너무 까다로웠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는 "내가 행운아라서 당첨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운을 칭찬한다. 이처럼 우리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항상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 탓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직장에서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개인의 노력 부족보다는 회사 시스템이나 동료의 방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고, 조직 전체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차라리 외부적인 요인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더 이상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사회적인 기대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실패한 것이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받거나 평가절하될까 봐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독이 된다. 남 탓을 하면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악화시킬 수 있다.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남 탓 대신 나를 탓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