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자 최후의 노력..
엄마의 전화, 문자, 카톡을 차단한 지 3주 째다.
이번주엔 엄마의 생일도 있다.
정혜도 알고 있다.
이렇게 연락을 차단하는 것은
결국 갈등을 회피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을.
엄마의 생일인 목요일이 되었다.
용돈도 보내고 선물도 배송했다.
그리고 짧은 카톡을 남겼다.
'용돈 보냈어. 엄마 당뇨에 좋은 간식도 보내고...
이번 주에는 갈께.'
'그래 고맙다.'
엄마의 답장이 왔다.
3주 간의 시간동안 정혜는 많은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 대해서
어린 시절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서.
엄마를 생각하면 같은 여자로서의 인생이 딱하다.
할머니로부터의 결핍
아빠로부터의 결핍
결국 애정 결핍과 학대로 뒤엉킨 삶이 되어버린
그녀에게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를 버티게 하는 것은
정혜와 정혜의 동생이었으리라.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정혜는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발작처럼 엄마가 악다구니를 쏟아낼 때
그 모든 것을 수십년간 앞으로 감당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정혜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정혜의 남편과
아이 또한 함께 있을 시간들을 생각하면...
입술을 앙다물게 된다.
그럼에도 정혜는 스스로 반문한다.
내가 엄마에게 냉정하고 단호하게 할만큼
나는 노력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연락을 차단하고 연을 끊을만큼
정혜의 엄마는 잘못한 것일까.
동생은 그저 엄마아빠는 바뀌지 않고
스스로 노력들을 하지 않으니
이제 너무 지친다는...
당분간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물론 정혜도
그 말에 한편 너무나 동감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혜는 지금 친정으로 향하고 있다.
한번 더 용기를 내 볼 생각이다.
빚을 내서라도 부모님을 부부상담센터에
끌고 가 볼 요량이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자 최후의 노력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