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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경 Oct 02. 2018

1. 서머싯 몸의『달과 6펜스』

꿈이냐 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돈보단 꿈이지”    


“아니야. 꿈을 이루려면 돈이 있어야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희대의 난제와 같은 우리 삶의 문제. 여러분은 어떤 길로 가고 계신가요? 이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인데요. 책 제목부터가 세속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해 놓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죠?    

 

 책을 다 읽고 나면 해설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내용도 하고 싶은 말도 각설하고 다짜고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알고 보면 더 유익할 것이라는 저의 생각 때문이에요. 제목에 대한 해석이 나와 있습니다. ‘달’이 의미하는 것은 밤하늘의 머나 먼, 지켜보기만 하고 잡히지는 않는 우리의 진짜 꿈을 의미한다고 해요. 당시 서머싯 몸이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정말 달에 가는 건 꿈같은 일이죠. 지금도 일반인들에겐 그렇지만요. 반면 ‘6펜스’는 영국의 화폐 단위입니다. 네, 돈이죠! 돈이라는 현실의 장벽에 막혀 달과는 반대로 우리가 손에 쥘 수 있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제목의 의미를 얘기했으니 본격적으로 소설 속에서 달에 사는 사람과 6펜스를 쥐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해볼까요?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평범한 회사원이며, 그를 관찰하듯 글을 서술하는 전지적 작가시점의 인물이 나옵니다. 스트릭랜드는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이에 그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남편인 스트릭랜드가 한 말을 전해주죠. 그녀의 말에 의하면, 스트릭랜드는 남편으로, 가장으로 지난 시간 살아오면서 돈도 벌어다 주고 아이들도 다 컸으니 이제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집을 나갔다는 겁니다. 아내는 “그림은 무슨 그림? 분명 바람이 난 거예요.”라고 단정짓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내가 만약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저런다면? “와, 뭐 이런 돌아이가 다 있어?”라고 경기를 일으켰을 겁니다.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인물인 스트릭랜드. 그는 정말 바람이 난 걸까요? 아내의 부탁에 못 이겨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인물은 스트릭랜드를 설득하기 위해 그가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여자와 노닥거리는 한량 같은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근데 이게 무슨 일? 진짜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그것도 본인이 보기에 아주 형편없는 그림을 말이죠.    


 저는 이 부분을 보고서 “어라? 내가 막장드라마를 너무 봤나? 진짜 그림 그리네. 아니, 그래도 처자식 버리고 가는 건 아니지!”라고 말이죠. 그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인물과 스트릭랜드의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소설의 과정을 한 문단, 한 문단 음미하다보니 어느덧 스트릭랜드를 옹호하며, 울며 불쌍한 척 동점을 사려는 아내를 한심하게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왜 돌아이라고 욕하던 스트릭랜드를 옹호하게 됐을까요.


그건 말입니다. 이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저의 최고 애정하는 책인 이 책을 누군가는 책임감 없다고, 정말 재미없다고 하는 글도 봤는데,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책을 봐서 그런지 그런 말들에도 불구하고 저의 인생책이라고 말하고 다녀요. 무책임한것도 맞고, 이기적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한 인간의 인생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자신의 꿈을 찾에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든 “꿈 탐험기”라는 관점에서는 정말 배울점도 많았고 제 인생을 바꾸기도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책이었습니다.    


 매력 포인트 하나, 스트릭랜드는 달을 좇는 사람이다. 매력 포인트 둘, 스트릭랜드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첫째로, 그는 앞서 말했던 달에 살려고 6펜스를 버린 사람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6펜스를 원하고, 6펜스를 최고로 생각하며 달 따위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사는 것 같아요. 그가 꿈을 이루겠다고 집을 나섰을 때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중년의 나이에 그동안 가진 경제적 안정을 버리고 험난한 달의 길로 가는 것, 그것 자체가 제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둘째로, 그가 그린 그림은 말 그대로 형편없었습니다. 책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어디서 본적도 없는 그런 그림이었고, 소질도 재능도 없으니 그만두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소였습니다. “경을 읽어라~나는 여물이나 씹으련다.”하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누군가 자신의 그림에 대해 평가를 하면, “보는 눈이라곤 없는 형편없는 놈!”이라고 받아칩니다. 자신의 그림을 멋지다고 스스로 인정한 거죠. 보통 사람들은 저런 말을 들으면 뭐가 문제인지 고치거나 그만두거나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겠죠. 하지만 나의 스트릭랜드는 타인의 평가와 인정을 위해 그림을 그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6펜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일 뿐.



어떤가요? 여러분은 6펜스와 달이 있다면 어떤 길을 택하실 건가요? 다들 6펜스 일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달이 왜 달이겠어요. 하늘에 있고 아무리 사다리를 높이높이 쌓는다고 해도 닿을 수 없으니까요.


닿을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결단을 해야 하니까요. 반면 6펜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쉽게 쥘 수 있고 쉽게 나갑니다. 6펜스가 많을수록 성공한 삶이라고 믿죠. 그림을 그리고 싶어 미술학원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으로 가지 못했고, 스스로 “화가는 배고픈 직업이랬어.”라며, 저를 합리화했어요. 시간이 지나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후회합니다. 배가 고픈 직업일지 아닐지는 직접 해봐야 아는 일이었어요. 결국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을 선택했다가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저는 도전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니 그 생각이 더욱 견고해졌어요. 돈이 있어야 꿈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법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저 꿈으로 향해 가는 길이 어떤 길일지가 달라질 뿐이죠.


     



그렇게 저는 스트릭랜드처럼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섰습니다. 경제학 전공으로 석사까지 간, 제가 저작 하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 그림 그리기, 디자인, 영어 공부, 여행과 같은 일이었죠. 경제학과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그래도 스트릭랜드의 나이에 비하면 전 아직 젊으니 이제라도 하고 싶은 길, 달로 가는 길의 문을 열어 줘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려도 전시회를 열어 누군가의 찬사와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닌 제가 인정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고, 글을 쓰더라도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보다는 타인에게 위로와 공감, 희망을 주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여전히 저는 6펜스에 발이 묶여 출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글을 쓰며 달로 가는 길을 놓지 않고 있어요.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꼭 하고야 말겠습니다.


     

 인류가 달에 가서 깃발을 꽂은 것처럼, 멀고 먼 이야기 같던 꿈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어요. 오래된 고전에서도 인간은 꿈이라는 이상과 돈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했다는 걸 보니 안도감이 듭니다. 소설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유명한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로 팩션에 가깝답니다. 말도 안 되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걸 말해주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분의 고민은 깊어 졌을까요 아니면 명쾌한 답이 나왔을까요? 당장 선택하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한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일이 무엇인지는 고민하면서 6펜스의 삶을 살더라도 달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글이니까요.


“우리 모두 가슴 속에 달 하나 쯤은 품고 사는 거잖아요?” 라고 말하지만 당장 카드 값을 걱정하는 글쟁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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