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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Oct 13. 2021

누가 고객인지 알아야 한다: 타겟팅 ②

독립서점 컨설팅기 3

“목표 시장? 그럼 다른 소비자들은 어쩌고요?”


소비 성향과 특징이 비슷한 목표시장, 즉 타겟 소비자들을 골라야 한다는 내 조언에 운영진 몇몇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우리 서점에 오고 싶은 다른 소비자들은 어쩌죠?

운영진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매우 우려가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들은 이타적인 사람들이었다. 내 사재를 털어 서점을 운영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돈으로도 서점을 찾고 머물며 마음을 쉬다 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타겟팅은 ‘이기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누구는 위하고, 누구는 위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누구는 올 수 있고, 누구는 올 수 없다의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중년의 나를 타겟으로 하지 않았다


타겟팅은 종종 목표시장만 관리한다는 의미로 오해 받는다. 목표시장을 정하는 것은 시장에서 나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발판으로 시장을 안정되게 넓혀 나가는 초석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자면,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반 백살이 되어가는 중년의 나를 타겟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제 열 살을 갓 넘긴 초등학생들을 타겟으로 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타겟은 아마도 십 대 청소년부터 이십 대 젊은이들이지 않았을까. 타겟팅은 분명하고 명확한 기획과 전략 수행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타겟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확보했고 장기적이고 충성스러운 관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지금은 중년의 나를 포함하여 초등학생들까지도 좋아하는 그룹이 되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중년을 타겟으로 했다면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타겟팅은 정체성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타겟팅은 작은 목표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이는 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오히려 보다 넓고 큰 시장을 목표로 한다. 타겟팅이 분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마케팅 전략, 프로모션 활동이 일관성 있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이루어질 수 없다. 수행하는 모든 전략과 활동들은 하나의 구심점, 즉 사업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의 브랜드 그리고 가게는 한 명의 사람처럼 하나의 생명체이고 인격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의 말투, 걸음걸이, 사람을 사귀는 방식, 일하는 방식, 음식 취향, 좋아하는 책 등이 모두 ‘나’를 설명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게나 기업이라면 상품, 서비스, 광고, 홍보, 판촉, 고객관계관리 등이 모두 그 가게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 ‘나’는 가족과 친한 친구 몇몇이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대중이 좋아하는 셀럽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런 '가게' 또한 소수의 소비자가 좋아하는 가게일 수도, 확장된 시장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일관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고, 그렇다면 내 가게를 좋아할 단 몇 명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점차 더 매력적인 가게로 알려질 기회도 잃게 된다.



독립 서점 O의 정체성은 ‘위로와 위안’


독립 서점 O는 우선 서점과 공간 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서점의 장르도 정해질 것이고 프로그램의 성격도 명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타겟 소비자들에게 홍보한다. 이 모든 과정이 일정한 수의 참여자와 고객들로 일관되고 원활하게 운영될 즈음, 연관성이 높은 프로그램들로 프로그램의 범위를 차분히 넓혀 나가고 홍보의 범위도 넓힌다. 강연과 세미나 외의 이벤트와 프로모션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좋다. 


운영진의 이야기를 듣고 제안한 장르는 ‘위로와 위안’이었다. 표적시장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독자들이 될 것이다. 독립 서점 O 운영진들의 성격과 정체성에 잘 어울리는 장르였다. 이 사회 어딘가에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소시민인 그들이 더 이상 사재를 털어가며 서점을 운영하지는 않기를,
큰 이익을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얻으며
오래도록 서점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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