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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Nov 19. 2021

가게 이야기: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

가게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등장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가게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드디어 우리나라 미디어에 등장했다. 가게가 주인공이고 가게를 드나드는 이웃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니. 이 드라마는 마치 소시민을 위로하는 ‘심야식당’ 같기도 하고, 이웃에 이웃을 더하며 커뮤니티가 돈독해지는 ‘카모메 식당’ 같기도 하다. 동네 어귀의 작은 커피집의 역할을 이렇게 잘 묘사한 드라마가 있을까. 가게와 손님들이 배경인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커피집이 주인공이고, 손님이 주인공인 ‘진짜’ 가게 이야기다.


커피집이 주인공인 드라마


드라마 속 커피집 ‘2대 커피’는 이상적인 가게의 기능과 역할을 모두 갖췄다. 우선 커피가 맛있다. 공간이 아늑하고 매력적이며, 단골 고객들이 많고, 그들과의 관계가 남다르게 돈독하며, 친절한 주인과 직원은 장인정신 가득한 바리스타들이다. 다시 말해 이곳은 주력 상품의 품질이 탁월하고,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하며, 단골 고객이 형성되어 있고, 관계의 구축과 유지 능력이 월등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화나 드라마가 좋은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는 우리가 평소에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커피집의 기능을 모두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는 어딘가 한 구석이라도 부족하기 쉽다. 커피가 탁월하면 직원은 덜 친절하거나, 주인과 직원들이 친절하고 섬세하며 고객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지만 그 공간은 덜 매력적이거나, 커피도 탁월하고 공간은 훌륭하지만 단골 고객을 갖기 어려운 위치에 있을 수 있다. 혹은 그 어떤 측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가게 또한 물론 존재한다. 그러니 사실 우리 사는 동네에서 ‘커피 한잔 할까요’ 속 ‘2대 커피’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커피집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동네 커피집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현재 갈증을 느끼는 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는 그런 우리의 갈증,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었던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이상적인 커피집인 드라마 속 ‘2대 커피’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그들의 역할이 지극히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과 촉진활동을 하거나, 혹은 동네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오래 한 자리를 지키며 동네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2대 커피’는 단골 손님들은 물론 동네 이웃이나 상인들과도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그들이 동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강화해 나간다면 동네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말이다. 커뮤니티를 강화하면 이웃의 범위, 즉 잠재고객의 범위를 넓혀갈 수도 있다. 



오늘의 손님은 거친 말투나 표정과 달리 섬세하게 젊은 바리스타의 심중을 헤아려주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현실에서는 드라마 속 ‘2대 커피’ 같은 커피집도 드물겠지만 이렇게 사려 깊고 매너 좋은 손님도 흔치 않을 것이다. 드라마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커피집을 그려낸 것처럼 커피집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손님을 그려낸 것이리라. 어쨌거나 커피를 둘러싼 청년 바리스타와 투박한 손님의 서사는 공간으로서의 동네 커피집이 갖는 이상적인 기능을 한껏 드러냈다. 드라마는 작은 동네 가게가 동네 사람들과의,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가게에서 서로간의 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가는지, 동네 가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가게라는 공간의 역할이 ‘관계’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게라는 공간의 역할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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