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지만 해야만 한다면
저는 요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를 않아요.
부모님과 살 때에는 저희 엄마는 어차피 결혼하면 다 하게 된다면서 딸이 둘이나 있지만 집안일을 거의 시키지 않으셨던 분이셨어요.
그래서 전 제가 요리하는 것을 싫어할 줄은 몰랐어요.
저는 당연히 제가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요리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30여 년을 살다가 결혼을 한 후에 처음으로 요리라고 하기에는 창피한 밥상을 차려봤는데....
이 행위는 저에게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어요.
간단한 찌개와 반찬을 하는데도 1시간 넘게 걸리고 노력한 시간에 비해 내가 밥을 먹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되고 다시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고 치우는데만 또 1시간 가까이 걸리고 나니 이건 뭐지 싶더라고요.
노력한 시간에 비해 즐거움도 없고 그렇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날의 기억은 충격이었어요.
그러고 나니 사실 밥을 해 먹기보다는 나가서 먹거나 시켜 먹는 일이 많아지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자꾸만 밖의 음식을 먹는 남편을 보니 안쓰럽고,
그렇다고 남편도 요리를 할 줄 모르고 바쁜 남편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는 제가 집안일을 하다 보니 요리를 하게 되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조금씩 이것저것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할 줄 아는 음식이 늘어나고 그냥 대충 해도 맛있게 나올 때가 있어 살짝 뿌듯한 감정도 생기게 되더라고요.
남편은 저에게 아주 요리를 못하지는 않는다고 칭찬하면서 마누라 밥이 맛있다고 하다 보니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만 요리를 하게 되고, 밥 할 때마다 너무 하기 싫어라고 하면서도 또 맛있으면 기분이 좋다가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굳이 이렇게 싫어하는 걸 계속 투덜 되면서 해야 하나 싶고 그렇다고 어차피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중에 하나인 요리를 하는 것을 이렇게 미워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뭔가 아이러니했어요. 이렇게 싫어하는 일인데 난 또 잘하려고 노력하는 날들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동안 요리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좋아해 보려고 해요.
아직은 그렇게 막 재밌어, 신나, 너무 좋아까지는 아니지만 투덜 되거나, 아 너무 싫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게 노력하려고 해요.
아마 또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이 생기겠죠.
그때에도 이제는 무작정 투덜 되기보다는 그 일들을 좋아하기로 결심해봐요.
그러면 제 인생에 투덜 되는 날보다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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